미술
스펙 대신 내공…노소영 ‘한국의 잡스’ 떡잎부터 키운다
라이프| 2012-09-05 11:05
통섭인재양성소 ‘타작마당’오픈 1인당 年 5000만원 지원
“공익법인화 후 재산 대부분 기부할 것”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겠다. 미래를 이끌 창의적 인재를 꼭 키우고 싶다. 물론 이건 돈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조직으로도 안 되고, 정부가 해서는 더더욱 안 되는 일이다.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꿈을 지닌 이들이 모여 창작하고, 토론하며, 연구하다 보면 분명 싹이 보일 것이다.”

노소영(51)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4일 서울 장충동 주택가에 ‘통섭인재양성소’인 ‘타작마당’을 열었다. 신개념의 아트플랫폼도 겸하고 있는 이 공간을 거점으로 노 관장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통섭형 인재 양성에 나선다. ‘타작마당’이란, 농촌에서 추수하며 타작하듯 인문사회, 예술, IT, 공학 분야의 인재들이 자유롭게 연구하면서 내면의 창조성을 꺼내 보이는 장(場)을 가리킨다.

노 관장은 “13년간 색다른 미디어아트 미술관을 운영하며 나름 앞서간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SK가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마음도 있었고…. 그런데 어느 순간 디자인과 공학을 넘나든 통섭형 천재가 나타나 게임의 룰을 확 바꿔버리더라. 융합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고 했다. 이에 그는 해마다 5명의 타작마당 펠로를 선발해 각 5000만원씩 지원할 생각이다. 단 학력이나 스펙 대신 ‘진정한 내공’을 볼 예정이다. 


노 관장은 “이 공간에서 스티브 잡스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 중엔 충분히 ‘한국의 스티브 잡스’가 나올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만간 ‘타작마당’을 공익 법인화하고, 재산 대부분을 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태우 전(前) 대통령의 딸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인 노 관장은 “사람들이 언제나 그 같은 프레임으로만 나를 바라보는 게 참 속상하다. 이제는 내가 하는 일로 나를 판단해줄 때도 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또 “어느새 나도 쉰이 넘었다. 10년 바짝 일하면 그만”이라며 “특히 나는 끝없이 진화하는 디지털에 끌린다. 고정된 아날로그와는 달리 늘 변화무쌍해 좋다”고 말했다.

새 공간에 대해 최 회장과 협의했느냐고 묻자 “이 공간에 대해선 아직 대화한 게 없지만 ‘통섭 인재 양성’은 최 회장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아트센터나비가 ‘예술과 산업의 결합’을 통해 뭔가를 내놓길 원했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좀 늦었지만 ‘아, 더 늦기 전에 해야겠구나’ 해서 마당을 꾸미게 됐다”고 밝혔다.

<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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