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호 키즈’누가 있나
윤 감독의 선구안을 거쳐 빛난 ‘별’들을 대표작을 통해 살펴본다.
대학캠퍼스를 배경으로 한 청춘드라마의 중흥기이던 1990년대 MBC ‘우리들의 천국’과 쌍벽을 이룬 게 ‘내일은 사랑’이다. 주인공인 건축과 91학번 신범수 역을 맡은 KBS 공채 탤런트 출신 이병헌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박소현과 고소영, 최근 ‘신사의 품격’으로 느지막이 주목받은 김정난이 이 드라마로 데뷔했다.
한류 4대 천황 가운데 장동건을 제외한 배용준, 이병헌, 원빈이 무명이나 다름없던 시절에 윤 감독을 거쳤다. 1994년 ‘사랑의 인사’는 배용준, 권오중, 김지호, 성현아의 데뷔작이다. 김지호는 중성적인 여성 캐릭터의 새 지평을 열었다. 1997년 ‘프로포즈’에서 조연이던 원빈은 1999년 광고동아리를 배경으로 한 청춘물 ‘광끼’에서 신선한 외모로 새바람을 일으켰고, 2000년 송승헌 송혜교와 출연한 ‘가을동화’에선 신드롬을 일으켰다. 송승헌은 2003년 ‘여름향기’에선 신인 손예진과 연기 호흡을 맞추며 다시 한번 윤 감독 작품에 출연했다. 류시원과 이정재는 윤 감독의 첫 미니시리즈 연출작인 1994년 ‘느낌’으로 데뷔했다. 1998년 ‘순수’로 데뷔한 명세빈은 한동안 청순한 이미지 배우로 첫손에 꼽혔다. ‘광끼’의 이동건도 ‘윤석호 키즈’다. 윤 감독의 6년 만의 복귀작인 올해 ‘사랑비’에선 서인국이 처음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 ‘사랑비’ 최대 수혜자로도 꼽힌다.
윤 감독은 KBS 근무 시절엔 간혹 공채 연기자가 아닌 특채를 발탁했다가 사내에서 좋지 않은 소리를 듣기도 했다. 원빈, 류시원, 명세빈이 그 경우다. 스타성이 단박에 눈에 띄었다. 윤 감독은 “신인 배우들을 띄워서 성공하면 성취감 같은 게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언젠가 점을 봤는데 그 점쟁이가 ‘당신도 점 잘 볼 것 같은데’라고 우스개소리를 하더라. 잘 몰랐는데 나한테 촉수가 있었던 거 같다”며 웃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