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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1명은 하늘로 보냈지만…새로운 자식 6명을 얻었죠”
뉴스종합| 2012-09-07 11:45
2007년 12월 25일, 오순이(68·사진) 씨는 오후 경기를 앞둔 아들을 위해 아침밥을 차렸다. 국내 최고의 복싱 선수 아들을 뒀지만 경기 때마다 어미의 가슴은 꽉 쥐었다 놓는 듯 아팠다. 그 이유로 단 한 번도 아들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전화를 기다렸다. 그날따라 유독 전화가 늦어졌다. 느지막이 울린 전화기 너머로 “요삼이가 많이 다쳤어”라며 흐느끼는 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한 아들은 그렇게 어미에게서 멀어져 갔다. 뇌사 상태에 빠진 아들은 2008년 1월 3일 하늘로 떠났다.

프로복서 고(故) 최요삼 선수가 떠난 지 4년이 지났다. 최 선수는 2007년 12월 25일 인도네시아 헤리아몰 선수와 경기한 뒤 뇌사 상태에 빠졌고, 9일 후 세상을 떠났다.

눈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들은 어미의 가슴에 슬픔과 함께, 평생 알지 못했던 나눔의 보람도 남겨주고 떠났다. 최 선수는 각막ㆍ신장ㆍ간ㆍ심장 등 자신의 장기를 6명에게 기증했다. 그의 각막은 태어나서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던 젖먹이 아이에게 기증됐다.

이 모든 결정은 오 씨가 했다. “장기 기증이란 말이 뭔지도 몰랐어요. 흙으로 갈 아들의 육신이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대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은 아들이 생애 진 빚을 갚는 길이라는 생각에 결정을 했어요.”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후회는 없다. 최 선수의 장기 기증 이후 국내 뇌사 장기 기증인은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오 씨는 아들의 뜻을 이어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시작했다. 2년 전부터 인근 복지회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배식 및 말벗 봉사를 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하루 4~5시간을 봉사하며 보낸다.

그는 이번 주말 아들의 생전 이야기를 다룬 연극을 관람할 예정이다. 오는 9일 ‘장기 기증의 날’을 맞아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연극 연출가 박진선 씨와 작가 오은희 씨의 재능 기부를 받아 최 선수의 장기 기증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연극 ‘10초(당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걸리는 시간)’가 무대에 오른다.

오 씨는 “많은 분이 요삼이를 통해 생명 나눔에 동참한다면 우리 아들도 하늘에서 많이 기뻐할 것 같아요”라며 미소 지었다. 

<박수진 기자>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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