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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치하 ‘한국형 슈퍼히어로’ 큰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2-09-07 11:02
지난 5월 30일 첫 방송된 KBS 수목극 ‘각시탈’은 강점과 약점을 안고 출발했다. 일제 강점기 가면을 쓰고 활약하는 ‘한국형 슈퍼히어로’ 이야기는 내용이 분명하고 단순해 감정이입하기에 좋았다. 하지만 1974년에 나온 허영만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다 보니 현재의 시청자에게 소구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제기됐다. 식민 치하 억압받았던 우리 민족을 착취하는 조선총독부의 일본인과 친일파를 각시탈이 처단하는 게 후련하지만 이것만으로 2012년 시청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각색과 재해석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제작진은 이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집어넣었다. 그 첫째가 원작에는 없는 2대 각시탈인 이강토(주원)와 오목단(진세연)의 애절한 멜로였다. 하지만 이는 마지막 직전까지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독립군 대장 담사리의 딸인 ‘경성판 캔디’ 목단은 캐릭터로서 확고한 개성이 부족해 독립운동을 하다 일경에 자주 붙잡히며 ‘민폐’가 됐다. 두 번째로 제작진이 시청자에게 던져준 것은 강토와 슌지의 엇갈린 운명과 눈물겨운 우정이었다. 서로 대결을 벌어야 하는 운명이지만 우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시청자에게 시종 긴장감을 제 공했고 주효했다. 이를 통해 주원은 확고한 원톱 배우로 성장했다. 사랑하는 여인과 가족, 친구까지 잃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대의를 위해 나아가는 그의 연기는 빛이 났다.

“조선에는 모래알 수만큼의 각시탈과 양백, 동진이 있다”는 ‘각시탈’의 기본 정신은 최근 일본의 독도 억지 주장 속에서 울림이 컸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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