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했던 말 또 하는” 시간낭비 대정부 질문
뉴스종합| 2012-09-10 10:09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인인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문과 후문에는 직장으로 출근하는 국회의원, 그리고 대정부 질문 출석을 위해 세종로, 과천 멀리는 대전에서 몰려든 장관과 공무원들의 차량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대정부 질문은 경제 분야에 집중됐다. 최근 유럽의 경기부양 정책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대응 기조, 농산물 가격 급등 및 물가 대책, 그리고 내년 예산 편성 방향 및 가계 부채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 경제민주화, 그리고 대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 등도 종종 언급됐다.

모두 13명의 여ㆍ야 국회의원들이 짧게는 15분부터 길게는 25분까지 번갈아가며 나선 이날 대정부질문은 결국 저녁 늦은 시간까지 계속됐다.

문제는 이들 13명 의원들의 질문 중 상당수가 “앞에서 했던 말을 되풀이 한다”는 점이다. 대정부 질문에 나선 의원들 간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국회에 나온 장관들도 “했던 말을 또 하는” 입장에 설 수 밖에 없다.

‘장관들과 일대 일 질의응답’이라는 대정부 질문 취지에 어긋나는 질문 또한 상당수다. 특히 국무총리와 행안부 장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정치분야에서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상당수 질문들이 한 쪽의 정치 공세, 또는 ‘카더라’ 식 주장이나 의원 개개인의 업적 홍보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보니, 답변 역시 “알아보겠다” 식의 뻔한 것만 나오기 일쑤다.

의원 한 사람당 주워진 20분 중 대부분이 의원 질의에 사용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의원 본인은 질문 하나에 자신의 일방적 주장을 잔뜩 담아 5분 넘게 사용하면서, 정작 옳고 그름을 설명해야 하는 장관에게는 “예 아니오로 답해달라”며 말을 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차라리 서면으로 물어보고 대답을 서면으로 구하는게 더 실속있다는 비아냥이 국회에 와본 공무원들로부터 나오는 까닭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시간낭비 대정부 질문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섭단체별 집중 질의제’ 같은 제도적 장치가 도입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국회의원조차도 했던 질문을 또 하는 시간낭비를 막기 위해, 각 정당별로 질문지를 사전 취합하자는 것이다. 또 “어디어디에 왜 다리를 안만드나” 같은 자신의 정치 치적을 자랑하기 위한 쓸때없는 질문을 사전에 걸러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사전 서면질문 제도 도입도 검토 대상이다. 답변에 나설 장관들이 사전에 필요한 자료나 구체적 내용을 숙지해 충실하게 답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실속있는 대정부 질문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질문을 해도 국정에 반영되는 것도 없고 국정감사나 상임위 내용을 재탕 삼탕하기 일쑤여서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집중 질의나 주제의 세분화, 또는 사전 서면질의 등의 도입을 촉구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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