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칼럼] 탈출구 안보이는 유로존 재정위기
뉴스종합| 2012-09-10 10:56

1999년 1월 유로화가 공식 도입되면서 출범한 유로존(Eurozone)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침체는 갈수록 깊어가고 선거에서 포퓰리즘이 판을 치면서 반유럽연합(EU) 성향의 극우정당이 잇달아 높은 지지율을 얻어 정치적 안정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에서 반EU 정당이 약진한 데 이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이탈리아에서도 유로존 탈퇴, 채무불이행을 주장하는 ‘오성운동’이 최근 지지율 20%로 인기다. 12일 총선거를 치르는 네덜란드 역시 긴축재정의 대폭 수정을 외치는 극좌 사회당(SP)과 유로존 탈퇴를 내세우는 우파 자유당 등이 세를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의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금리가 급등한 스페인ㆍ이탈리아 국채의 무제한 매입을 발표하는 등 위기타개책 마련에 정신이 없다. 시장은 드라기의 ‘간 큰 도박(audacious gamble)’에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약발이 오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위기국의 단기국채 매입은 근본 처방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간 단일통화로 유지된 유로는 각국의 경제력 격차를 반영하지 못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독일과 같은 경제강국은 유로가 경제력에 비해 평가절하돼 이익을 보는 반면에 PI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는 과도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높은 실업률 등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했다.

일반적으로 국가는 경기침체기에 적절한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한다. 하지만 유로존 가입 국가들의 경우 유로를 쓰는 만큼 통화정책을 마음대로 쓸 수 없고 ECB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 또 통화정책의 통제권은 ECB가 쥐고 있는 반면, 각국 정부예산에 대한 결정권은 그대로 둔 것도 문제를 키운 요인이다. 재정수입에 비해 무리하게 퍼주는 복지정책을 막지 못해 위기를 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국가는 위기상황에도 허리띠를 졸라매기는커녕 재정삭감에 거세게 시위한다. 과거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 당시 모습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극우정당 주도로 오히려 유로존 탈퇴 으름장을 놓으며 ‘배 째라’ 식이다. 모럴 해저드도 이만저만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을 퇴출시키는 것은 해결책이 될까. 예컨대 그리스가 드라크마화로 돌아갈 경우 자체 통화정책으로 수출을 늘려 경제를 지탱해나가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국채이자가 올라가 재정위기가 악화될 수 있고 또 통화교환비용 발생은 물론 외국인투자자들의 대거 이탈로 외환위기라는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그렉시트는 포르투갈ㆍ스페인ㆍ이탈리아 등 남유럽국가들의 연쇄적 탈퇴로 이어져 유로존의 위기가 심화시킬지도 모른다. 그렇게되지 않더라도 외국투자자들이 스페인, 이탈리아도 위험하다며 국채투매에 나서 자칫하다가는 유럽국가들 대부분이 국채금리 상승에 못 견뎌 추가적인 국가파산이 일어날 수 있다. EU 전체까지 위험하게 만드는 셈이다.

위기 해소를 위한 근본 치유책은 유로존 경제의 회복인데 요원하다. 유로존의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마저 지난 8월 PMI가 47.0으로 떨어져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로존 재정위기에도 최근 2년간 3% 이상 성장했던 독일의 경기둔화는 유럽의 성장엔진이 작동을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 17개 회원국을 포함해 총 44개 국가 및 5개 지역 4억9600만명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로는 태생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출범했다. 은행동맹, 나아가 완벽한 재정동맹 등 보완책이 마련돼야 하는데 쉽지 않다. 당장은 12일 독일 헌법재판소의 재정협약·ESM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나고 유럽 은행에 대한 감독권한이 ECB로 순조롭게 이양되는 것이 시급하다. 유로존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유럽 정부들의 정책적인 공조와 지원도 따라야 할 것이다. 

김대우 국제팀장/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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