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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갑자기 표절 의혹 부쩍…왜?
엔터테인먼트| 2012-09-12 08:51
표절(剽竊). 남의 창작물을 몰래 가져다 쓰는 일종의 절도 행위다. 최근 방송가에 창작물을 “훔쳤다” “훔치지 않았다”는 말들로 시끄럽다.

SBS가 그 논란의 중심에 있다. 김순옥 작가의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 송지나 극본의 월화극 ‘신의’, 오는 12월 방송 예정인 박상연 작가의 ‘청담동앨리스’ 등 SBS를 상대로 올 하반기에만 벌써 세 번째 시비가 붙었다.

‘다섯손가락’은 지난 10일 인터넷상에 소설 ‘살인광시곡’(김주연 저, 2009년 출간)과 유사한 대목을 비교해 놓은 한 블로거의 글이 유포되며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이 블로거는 “음악에 대한 모티브와 인물구성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됐다”며 천재피아니스트란 인물의 설정, 새끼 손가락을 다쳐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되는 점, 화재 사건에서 남편이 죽어가는 것을 방조한 점, 화재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가는 설정 등이 ‘살인광시곡’과 비슷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드라마에선 젊은 시절 피아니스트가 꿈이던 영랑(채시라 분)이, 후배와 불륜을 저지른 남편에 대한 복수심을 감춘 채 그 후배가 낳은 아들 지호(주지훈 분)를 키우고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돌보는 설정이 등장한다. 또 화재 사건에서 남편 유만세(조민기 분)가 살아있는 데도 서재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한편 소설에선 새끼손가락을 다쳐 피아노를 치지 못하게 된 엄마 영애가 피아노 천재 소년으로 고아인 명우를 데려다 기르고, 양모의 사랑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아챈 명우에 의해 살해당하는 내용이 실려있다.

김순옥 작가는 지난 2009년 SBS ‘아내의 유혹’ 집필 당시에도 소설 ‘야누스의 도시’의 저자 정혜경 작가로부터 공개적인 표절 의심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성효 SBS 드라마국 책임프로듀서(CP)는 11일 “김 작가 드라마가 좀 고전적이고 클리셰(상투)가 많은 편이다. 요즘 표절 시비가 많은데 표절을 주장하는 측의 이야기만 들으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책 전체를 보면 전혀 비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2010년 ‘다섯손가락’ 기획안을 받았고 작가나 제작진이나 소설 ‘살인광시곡’을 본 일이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다섯손가락’ 후속 드라마인 ‘청담동앨리스’ 역시 표절시비가 붙었다. ‘청담동오두리’의 저자인 이혜경 작가가 “CJ 주최 공모전에서 박상연 작가에게 사인을 받고 내 책 내용을 얘기해줬다”고 주장한 게 다툼의 발단이 됐다. SBS에 따르면 김영현ㆍ박상연 작가가 기획을, 김지운ㆍ김진희 작가가 극본을 맡은 ‘청담동앨리스’는 2년여 전 준비해온 순수 창작물. SBS는 “ ‘청담동 앨리스’와 ‘청담동 오두리’는 제목에 청담동이 들어간다는 점과 남자 주인공의 직업이 패션업계의 CEO라는 점 외에는 어떠한 것도 같은 점이 없다”고 주장하며 명예훼손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의’는 현대 성형외과 전문의가 고려시대로 타임슬립해 세상을 고친다는 설정 탓에 드라마 방영 전에 일본 원작의 ‘닥터진’ 국내판을 제작한 드라마 제작사로부터 “베꼈다”는 비난을 들었다.

최근 들어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두고, 한 드라마 제작사 사장은 “방송사의 표절 불감증 때문”이라며 방송사 탓으로 돌렸다.

시, 소설, 음악과 달리 드라마는 대개 방영 전 시놉시스 단계에서 표절 의혹이 제기돼 엄밀하게 표절을 판단하기 어려운 점도 반복되는 표절 논란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전 제작 드라마가 아닌 이상 전체 줄거리와 내용 전개를 파악하기 어렵다. ‘신의’가 방송되기 시작하자 표절 시비가 가라앉은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또한 표절이 ‘노이즈마케팅’의 하나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다는 게 방송사 측의 주장이다. 책 출간 전, 드라마 제작 전에, 뚜렷한 근거 제시 없이 비슷한 드라마의 발목을 붙잡아 자기 작품의 흥행을 노리는 전략이 숨어 있다는 소리다.

드라마 작가 입장에선 오히려 작가의 창작력 위축 등 역피해를 우려한다.

김지숙 작가협회 저작권팀장은 “표절로 인해 법적 소송으로까지 가는 일도 거의 없고 저작권분쟁조정위에서 실제 표절 판명도 10건 중 1건도 되지 않을 정도로 표절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해당 작가는 진위 여부를 떠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작가들이 이런 시비가 있을 때 언론 등에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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