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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美, 피의 얼룩 지워질만하면…
뉴스종합| 2012-09-18 13:02
9ㆍ11 테러 11주년을 맞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은 또 한 번 충격에 빠졌다.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가 무장 세력의 미국 영사관 공격으로 사망한 것이다. 미국인이 제작한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은 이슬람 창시자 마호메트를 모욕했다는 논란이 일며 이슬람의 반미 정서에 불씨를 댕겼고 이집트ㆍ예멘 등 이슬람권 전역에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서구의 이슬람 말살 시도에 맞서 이슬람을 지키는 성스러운 전쟁을 지칭하는 이슬람의 ‘지하드(聖戰)’의 역사는 이슬람과 서방세계가 처음 충돌한 십자군전쟁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첫 충돌 후 양 문화권은 크고 작은 갈등 속에서도 대체로 ‘공존의 시대’를 보냈다.

하지만 미국과 소련 간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이슬람혁명 이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 서구적인 가치를 배척하면서 양측의 대결은 격렬한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슬람권의 이번 반미운동은 사상 유례없이 극렬했던 1970년대 말과 여러모로 비슷해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이슬람과 서구, 서구세계를 대표하는 미국 간 뿌리깊은 갈등은 계속 현재진행형이다. 

이슬람과 서방세계의 대립은 십자군전쟁까지 거슬러 오를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9.11 테러부터 美 영사관 피습까지 끊임없는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2012년의 데자뷔, 1970년대=33년 전에도 미국대사의 피습이 있었다. 지난 1979년 2월 아돌프 덥스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국 대사는 이슬람 무장세력에 납치돼 피살됐다. 같은 해 일어난 이란 대사관 인질 사건은 이슬람 모독으로 여겨지는 사건에서 불붙어 이슬람권 전체로 번졌다는 점에서 이번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 피습 사건과 유사하다.

1979년 11월 4일 이란 학생시위대는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에 난입해 대사관 직원 등 52명을 인질로 잡았다. 이슬람 혁명에 참여한 이란인들이 과거 팔레비 독재 왕정을 지원했던 미국에 대해 적대감을 표출한 이 사건은 1981년 1월까지 무려 444일간 지속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인 메카 카바 신전이 무장 괴한들에 점거되고 그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위는 다른 이슬람권으로 확산됐다. 파키스탄에서는 무장한 학생들이 미 대사관에 불을 지르고 미군 해병을 인질로 잡아 1명이 사망했다. 리비아에서도 ‘미국에 죽음을(Death to America)’이라는 구호를 내건 학생들이 미 대사관 앞에서 지미 카터 당시 미 대통령의 꼭두각시를 태우는 등 과격시위를 벌였다.

▶사라지지 않는 갈등, 1980~1990년대=1980년대 들어서도 이슬람의 반미 정서는 사라지지 않았다. 1983년 4월 18일에는 자살 폭탄 테러범이 레바논 주재 미 대사관을 공격해 미국인 17명을 포함 60여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미 대사관은 베이루트 북부로 자리를 옮겼지만 이듬해 또 공격을 받았다.

같은 해 12월 12일 쿠웨이트 주재 미 대사관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쿠웨이트인 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날 프랑스 대사관과 쿠웨이트 국제공항도 테러를 당했다.

1998년 8월 7일에는 이슬람 테러 조직 알카에다가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국 대사관에 합동 폭탄 테러를 일으켰다. 케냐에서는 291명이 숨지고 5000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탄자니아에서는 10명이 사망하고 77명이 부상을 당했다.


▶유례없는 참사 이어진 2000년대=2000년대의 이슬람권 반미운동은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는 민간 항공기 4대를 납치해 미국 세계무역센터(WTC)와 국방성(펜타곤)을 동시에 공격했다. 유례없는 테러는 90여개국 3000여명의 무고한 사상자를 냈고 미국에 천문학적인 경제 손실을 입혔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알카에다 소탕에 나섰다. 같은 해 10월 9일 알카에다의 근거지인 아프가니스탄 주변에 350여대의 전투기를 배치하고 공습을 펴 11월 20일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함락했다.

다음 달 22일 미국ㆍ영국 연합군은 반 탈레반 정권인 과도정부를 수립함으로써 탈레반과의 전쟁을 종결했지만 알카에다를 뿌리 뽑는 데는 실패했다. 미국은 이후 집요한 추적 끝에 지난해 5월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공격에도 이슬람의 반미운동은 누그러지지 않고 오히려 기세를 높였다.

2002년 6월 14일에는 파키스탄 주재 미국 영사관 밖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11명 이상 사망했으며 2004년 12월 6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미 영사관에 테러범이 침입해 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008년 9월 16일 예멘에서는 차량 폭탄과 로켓이 미 대사관을 공격해 17명이 숨졌다. 또 지난해 9월 13일에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여러 지역을 동시에 공격했다. 특히 미국 대사관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집중된 공격으로 최소 9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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