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대선 빅3가 확정된 가운데 각 캠프 원로들의 정책대결도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박근혜의 정책총괄 김종인, 안철수의 ‘선택’ 이헌재, 그리고 문재인 싱크탱크 수장 한완상. 빅3의 정책 밑그림을 그릴 인물들이다. 내년 70세가 되는 이 전 부총리를 빼면 모두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지만 각 분야에서 부총리, 수석, 장관 등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며 쌓은 풍부한 노하우, 그리고 좌와 우를 뛰어넘는 유연함과 소신을 지키는 고집 등이 이들의 강점이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출마선언을 한 지난 19일, 그의 옆 자리 꼿꼿한 자세로 앉아있던 희끗한 머리의 노신사 한 명의 모습에 정치권은 주목했다. 외환위기 직후 금융감독원장으로 구조개혁을 주도했고,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경제부총리로 공공부분에 임대형 민자(BTL)을 도입하고, 종합부동산세를 만들었던 이헌재 전 부총리가 10여 년만에 현실 정치에 등장한 것이다.
이날 안 원장이 경제민주화를 말하면서 “성장과 선순환”을 강조하는 중도 보수적 시각을 자신있게 표현한 것도 이 전 부총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 전 부총리는 20일 헤럴드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안 후보의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해 “급진적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스템과 법을 통해 단계적으로 접근해가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의 공식 등장에 긴장하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경제정책 총괄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이 맡고 있다. 그는 ‘경제민주화’에 보다 강한 실천 의지를 다졌다. 김 위원장은 “안 후보가 성장동력이 경제민주화와 상충되는 것 처럼 이야기 하는데, 그건 아니다”며 “경제민주화 안에는 성장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보수 정당의 후보가 내세울 경제 공약이 중도를 표방한 후보 이상으로 분배와 평등을 이야기하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싱크탱크인 담쟁이포럼의 이사장인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가 대선 공약의 큰 그림을 그릴 예정이다. 한 전 부총리는 김대중 정부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 교육부총리 지냈던 인물로, 문 후보의 친노 색 빼기와 범야권 끌어안기 행보에 상징성을 더해주고 있다.
문 후보가 “철도가 철원에서 북한을 거쳐 러시아와 유럽에 가고 시베리아 가스관이 연결되고, 이런 것들이 10ㆍ4 공동선언만 이행해도 금방 다가오는 것”이라며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의 적극적인 대북 유화정책의 계승 발전을 약속한 것도 한 전 부총리의 작품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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