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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풍자만화’ 이슬람권 반발 확산
뉴스종합| 2012-09-20 10:20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이슬람 예언자무함마드를 모욕하는 영화에 이어 한 프랑스 잡지가 무함마드의 벌거벗은 모습을 그린 만화를 실으면서 이슬람권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에 격분해 시작된 항의시위에 ‘무함마드 풍자만화’가 기름을 부으면서 19일(현지시간)에도 이슬람권 전역에서 격렬한 반미(反美)·반불(反佛)시위가 이어졌다. 문제의 만화를 실은 프랑스 잡지 홈페이지는 사이버 공격을 받아 마비됐고, 잡지사 앞에는 기동 경찰이 배치됐다.

‘자유를 위한 시리아연합’이라는 한 이슬람 단체는 무함마드 풍자만화를 실은 잡지사가 증오를 조장했다며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레바논에서는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조직한 시위에 1만여 명이 참여해 “더는 모욕을 참을 수 없다”며 “미국인에게 죽음을! 프랑스인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헤즈볼라 상징 깃발을 든 시위대는 거리를 행진하며 “예언자를 모독한 이들에게복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레바논 남부 도시 나바티예에서는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KFC 지점이 무장 괴한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파키스탄 동부 라호르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자마트 에 이슬라미’ 소속 학생 1000여명이 거리를 점거하고 반미구호를 외치며 성조기를 불태웠다. 파키스탄 카라치에서도 시위대 1000여명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모형을 불태웠고,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변호사 500여 명이 외교공관으로 몰려들어 반미 구호를 외치고 파키스탄 정부가 이슬람 모독 영화에 강력히 대응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21일을 무함마드를 기리기 위한 국경일로 선포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1000여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카불로 향하는 주요 도로를 봉쇄하고 “미국인에게 죽음을!”, “이슬람의 적들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시위대 수백 명이 성조기를 찢고 자카르타 주재 미국대사관에 계란을 던지는 등 시위를 벌였다. 불교국가인 스리랑카에서도 이슬람교도 수백 명이 처음으로 시위에 나서 수도 콜롬보 주재 미국 대사관 인근에 모여 이슬람 모독 영화에 항의했다.

이런 가운데 들불처럼 번지는 이슬람권 시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튀니지 집권당 엔나흐다는 “아랍의 봄을 서구권과의 갈등으로 바꾸려는”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슬람권 시위에 대한 공개 토론의 일환으로 ‘이슬람의 순진함’을 상영하겠다고 밝혔던 독일의 한 단체는 상영 계획을 취소했다.

한편 로마 교황청은 이날 기관지 ‘오세르바토레 로마노’를 통해, 무함마드 누드풍자 그림을 실은 프랑스 잡지사에 대해 “미 영사관 피습 사건이후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면서 “(이슬람교도들의) 시위에 새로운 전선이 형성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교황청은 이슬람 모독 영화에 대한 항의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뱅가지 미 영사관이 공격받는 일이 발생하자 반(反) 이슬람 도발행위와 이에 따른 폭력사태를 용납할 수 없다며 비난한 바 있다.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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