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예술이란 깊고도 거대한 바다…마음서 출발해야 진정성 생겨”
라이프| 2012-09-21 11:32
‘대가족-혈연’ 격변기 중국인들 모습
고흐처럼 못그리겠단 절망이 날키워
예술은 삶…성공해도 달라질건 없다


‘중국 현대미술의 4대천왕’으로 불리는 화가 장샤오강(Zhang Xiaogangㆍ54·사진). 그는 20일 오후 헤럴드 디자인포럼 특별 세션에서 윤재갑 독립 큐레이터와의 대담을 통해 자신의 예술철학을 진지하게 들려주었다. 한국은 2000년대 초부터 여러 차례 찾았지만 이번 포럼에서처럼 그가 공식석상에서 강연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개최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때문에 세계적 거장의 육성을 듣기 위해 몰려든 예술가 지망생과 미술애호가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회색 톤의 화폭에 촉촉한 눈망울을 지닌 인물을 그려 넣은 그림으로 유명한 장샤오강은 그림에서처럼 시종일관 차분한 태도로 작가로서의 여정을 들려줬다. 데뷔 초 작품에서부터 최근작까지, 자신의 전(全)시기 작업을 다양한 사진과 함께 단계별로 설명하며 정상에 오르기까지 숨가빴던 과정을 토로한 것.

장샤오강은 지난해 4월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유화작품 ‘영원한 사랑’이 무려 7906만홍콩달러(약 110억원)에 낙찰되며 중국 현대미술 사상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작가다. 그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그는 “사람들로부터 ‘당신은 왜 늘 가족사진을 그리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중국은 오랫동안 집단이 중시됐던 국가로 개인의 가치는 도외시됐다. 나는 개인의 소중함을 되살려내기 위해 낡은 사진첩 속 가족들을 그렸다”고 했다. 그 가족은 숨막혔던 격변기를 통과해 온 중국인들이라고 했다.
 
21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헤럴드 디자인포럼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포토존에는 행사 내내 기념 촬영을 하는 인파가 몰렸다. 시계 1시 방향에서부터 장 샤오강 현대미술작가, 크리스 뱅글 전 BMW 디자인 총괄책임자, 피터 슈라이어 기아자동차 부사장, 박서원 빅앤트 인터내셔널 대표, 오준식 현대카드 디자인실 이사, 스티브 정 콘셉트 아티스트, 홍지윤 퓨전 동양화가, 윤재갑 제54회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브루스 덕워스 칸 국제광고제 2012 심사위원장, 홍정욱 헤럴드 회장, 안도 다다오 도쿄대 건축학과 교수, 하라 겐야 일본디자인센터 대표.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태어나 남부지역 명문 미술대학인 스촨미술학원을 졸업한 장샤오강은 “서양 모더니즘 미술을 좋아했고, 특히 반 고흐를 좋아해 네덜란드까지 갔었다. 유럽에서 석 달간 머물렀는데 절망감만 안고 돌아왔다”고 했다. 반 고흐 같은 그림은 결코 못 그릴 것 같다는 생각에 1년간 아무 것도 못했다는 것. 그러나 여기저기를 방황한 끝에 자신의 자리로 다시 돌아와 ‘나는 누구인가’를 되묻게 됐다고 전했다.

이날 세션에서는 참석자들의 질의가 연달아 쏟아져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미술을 전공하는 한 남학생은 “당신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장샤오강은 “예술은 마음 속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식은 그 다음이다. 예술은 바다와 같다. 너무 깊고 크다. 반면에 개인은 너무 작다. 하지만 바닷가에 나가면 나 또한 위대한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답했다.

초반 무명 시절과, 요즘 유명해지고 난 뒤 작업에 임하는 마음이 어떻게 달라졌느냐는 질문에는 “예술은 내게 삶이다. 성공했다고 달라질 게 없다. 예술은 사업이 아니다.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는 거다. 중요한 건 진정성을 갖고 끈기있게 임하는 거다”고 답했다. 

<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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