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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명문 외고생 한강서 투신, 페북엔?
뉴스종합| 2012-09-21 11:07
-페이스북에 “내일이면 깨끗하게 지워질거야” 글 남겨

-“학교 성적 떨어져 부담 많았다”…성적비관 자살 추정


[헤럴드경제= 박수진ㆍ서상범 기자]“내일이면 깨끗하게 지워질거야...”

명문 외국어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남학생이 한강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자습하러 학교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지 3일 만이다. 최근 부진한 성적 탓에 심적 부담을 느껴왔다는 가족의 진술에 따라 경찰은 성적 비관에 따른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21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2시30분께 서울 양화대교 북단 하류 한강변에서 A(16)군이 발견됐다. 발견 당시 A 군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으며, 시신의 상태로 미루어 집을 나간 직후 투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 B 외국어고 2학년 학생인 A 군은 16일 오전 집을 나선 뒤 소식이 끊겼다. 부모는 17일 오전 8시30분께 서울 성북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 중 A 군의 휴대전화 위치가 양화대교로 확인돼 한강경찰대의 협조를 받아 수색을 진행했고, 인근에서 낚시 중이던 시민의 신고로 A 군을 발견했다.

경찰은 A 군이 성적 비관을 이유로 투신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 군의 유족은 경찰 조사에서 “최근 학교 성적이 떨어져 심리적 부담감이 컸다”고 말했다. A 군은 2학년 전교생 400명 중 100위권 정도의 성적을 유지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A 군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일이면 깨끗하게 지워질거야’라는 유서성 메모를 남겼다. 경찰 관계자는 “페이스북 메모 외에 다른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A 군의 자살 소식에 학교 측은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B 외고는 지난 2008년에도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치러진 당일 3학년 여학생이 성적에 대한 압박감으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B 외고 교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평소에 워낙 조용한 학생이라 자살 소식을 듣고 굉장히 놀랐다. 몇년 전에도 자살 사건이 있어서 이후 상담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해왔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의 기대를 많이 받는 우수한 학생들이다보니 공부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큰 것이 사실이다. 이를 덜어주려고 학교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적 비관을 이유로 한 청소년 자살은 매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태원(새누리당)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성적 비관 청소년 자살은 2008년 17건, 2009년 23건, 2010년 18건, 2011년 16건을 기록했다. 올들어서는 7월까지만 10건이 발생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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