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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조건에서 일해도 노동자 권리 못찾는 ‘가사도우미’ㆍ‘베이비시터’…
뉴스종합| 2012-09-24 08:43
[헤럴드경제= 황유진 기자] 가사관리사나 베이비시터 등 이른바 ‘가사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어 법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A 씨는 2년 넘게 한 고객의 집에서 가사관리사(일명 가사도우미)로 일을 했다.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잃을까 꼼꼼하게 집안일을 했고 고객도 만족하는 눈치였다. 그러던 중 A 씨는 몸이 아파 며칠 만 휴가를 달라고 어렵게 부탁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휴가 대신 “이제 그만 와도 된다”는 것이었다. 다른 일자리를 찾아볼 겨를도 없이 A 씨는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고 말았다.

B 씨는 용돈이라도 벌어 볼 생각으로 베이비시터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몇 달전부터 서비스 요금이 밀리기 시작하더니 어느 덧 체불된 금액만 수십만원에 이르렀다. 밀린 돈을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싶지만 자칫 “그만 두라”는 소리라도 들을까봐 고객의 눈치만 보며 속앓이를 해야했다.

A 씨나 B 씨같은 가사관리사나 베이비시터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때문에 임금이 체불되거나, 산재를 당해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고, 근로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기도 힘든게 현실이다.

이에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관련 단체들은 관계법의 개정을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6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이 찬성ㆍ채택됐고, 한국도 이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현 정부가 협약 비준에 소극적이라며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장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가사노동시장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는데 가사노동분야를 법적 사각지대에 방치해서는 곤란하다”며 “가사노동 수요자도, 공급자도 피해를 볼수 밖에 없는 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비준 여부를 검토하고 있고, 비준 이후에 근로기준법, 최저임금 등의 개정도 이뤄질 수 있다”며 “현재는 가사노동자 또는 가사 사용인 등의 범주 및 정의 등 관련 내용에 대한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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