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에 뮤직비디오 공개” 개방지향 싸이 성공과 연결“특허소송 남발 혁신 걸림돌” 애플 겨냥 쓴소리
개방지향 싸이 성공과 연결
“특허소송 남발 혁신 걸림돌”
애플 겨냥 쓴소리
딱 떨어지는 ‘콜라보레이션(협업)’이었다. 스물두 살 터울의 에릭 슈미트(58)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국제가수’가 된 싸이(36)와 히트곡 ‘강남스타일’의 안무 ‘말춤’을 추는 장면을 연출할 걸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슈미트의 파격은 애플을 타깃 삼고 있음을 감지하기 어렵지 않다. 슈미트와 싸이의 교집합은 ‘개방성’이다. ‘폐쇄성’의 애플이 전 세계적인 특허소송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슈미트는 구글의 앱인 유튜브를 통해 일약 글로벌 스타덤에 오른 싸이를 메타포어 삼아 애플에 공격적인 훈수를 둔 셈이다.
슈미트는 지난 27일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에서 싸이와 말춤을 추기에 앞서 한 호텔에서 ‘안드로이드 간담회’를 갖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특허 남발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고, 계속되는 특허소송으로 혁신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특정 제조사 이름을 대지는 않았지만, 애플을 향한 쓴소리였다.
[사진제공=구글코리아] |
최근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5에 유튜브와 구글앱이 빠지자 슈미트는 2년 가까이 애플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듯했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만 해도 구글은 애플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그러나 ‘개방’과 ‘폐쇄’로 나뉘어진 진영 싸움으로 관계에 금이 갔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스마트폰 제조사에 무료로 배포하면서 운영체계(OS) 독점자인 애플은 사사건건 소송으로 시비를 건 것. 슈미트는 이날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IM) 사장도 만나 안드로이드 진영의 결속을 다진 것으로 분석된다. ‘우물안 개구리’격으로 스스로를 닫고 있는 애플과 전면전에 나설 수 있음을 추측케 하는 대목이다. 슈미트가 싸이를 만난 자리에서 오고간 덕담에서도 이런 맥락을 읽을 수 있다. 슈미트는 싸이에게 “한국 팬들을 위해 (구글의 킬러 앱인) 유튜브에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는데 지금 전 세계 팬들이 즐기고 있다”며 “이것은 독보적인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해 가능했다”고 했다. 슈미트는 ‘개방지향’이 싸이의 성공과 직결됐음을 밝힌 것이다. 그는 싸이를 두고 ‘한국의 위상을 높은 영웅’이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슈미트의 이런 발언은 최근 KT경제경영연구소가 분석한 싸이의 ‘강남스타일’ 성공 비결과 궤를 같이한다. 이 연구소는 “‘강남스타일’의 확산 배경에는 패러디 영상물이 큰 몫을 차지한다”며 “이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소송보다는 패러디 독려를 택한 덕분”이라고 했다.
‘열린 문’으로 세를 확장하는 슈미트의 구글과 ‘소송이 만사’라는 식으로 특허권을 폐쇄적으로 주장하는 애플. 그리고 구글 진영에 속해 전 세계 휴대폰 시장 최강자 자리를 목전에 두고 있는 삼성전자가 향후 치르게 될 고차방정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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