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기업도 자금난…연체액 두배 급증
뉴스종합| 2012-10-04 11:52
8월 연체액 1조7000억원
지난달 대비 41.6% 늘어
90일 이상 장기연체도 증가
건전성 악화·연쇄부실 우려



불황 여파가 확산되면서 대기업도 자금난을 겪고 있다. 하반기 들어 연체액이 급증한 데다 90일 이상 상환을 미루는 장기연체가 늘고 있다.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그룹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4일 한국은행이 신한ㆍ국민ㆍ우리ㆍ하나 등 10개 시중은행과 산업ㆍ기업 등 4개 특수은행의 원화 및 외화 기업대출 연체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대기업 연체액은 1조7000억원으로 전달보다 41.6% 급증했다.

지난해 말 6000억원에 불과했던 대기업 연체액은 올 5월 8000억원에서 6월 7000억원으로 주춤하다 7월 1조2000억원 등으로 크게 늘었다. 8월 기준으로 보면 대기업 연체액은 두 달 만에 두 배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대기업 연체율도 지난해 말 0.80%에서 8월 말 2.36%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연체율을 끌어올리는 가장 큰 요인은 선박건조업과 건설업의 침체다. 선박건조업 연체율은 7월 말 14.32%에서 8월 말 19.95%로, 건설업은 같은 기간 4.29%에서 5.20%로 상승했다.

대기업을 포함한 법인기업의 8월 말 연체액은 전달보다 1조원(13.1%) 늘어난 8조5000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올 상반기 5조~7조원에 머물렀던 기업 연체 규모는 6월 말 6조2000억원에서 7월 말 7조5000억원 등으로 석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규모로 보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말 수준이다.

기업의 장기연체(90일 이상 미상환)가 확대되는 것도 문제다. 장기연체액은 지난해 말 3조원에서 올 5월 4조7000억원, 6월 4조1000억원, 7월 4조7000억원, 8월 5조원 등으로 증가했다. 장기연체는 은행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연쇄 부실로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이 619개 상장기업의 올 상반기 재무현황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부실기업의 은행 대출이 116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30.6% 증가한 것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침체로 기업 여신이 상당 기간 좋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미 관리에 들어간 가계부채보다 기업 연체를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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