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단일화의 최대 변수는 호남, 2030, 역선택으로 요약된다.
민주통합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 민심은 향후 단일화 승부의 저울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어찌보면 문재인 후보의 ‘안방’격인 호남이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선호하는 이변을 보이면서 전체 여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가 2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안 후보는 차기대선주자 다자대결시 49.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문재인 후보는 28.1%에 불과했다. 양자대결에서도 안 후보는 55.9%의 지지율로 문 후보(35.6%)를 크게 앞질렀다. 문재인 당시 참여정부 비서실장의 ‘부산정권’ 발언, 호남 홀대 정서가 누적된 결과다. 안 후보 부인인 김미경 교수의 고향이 여수라는 점도 안 후보를 ‘호남의 사위’로 점찍게 했다.
이에 문재인 캠프에서는 “호남 민심에 사활이 걸려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돈다. 야권 민심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호남이 안 후보로 표심을 굳힐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서다. 2002년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여론조사에서도 전국적으로 두 후보의 지지율이 비슷했지만 호남 몰표를 받은 노 후보가 결국 승리했다.
야권지지가 견고한 2030세대에서 문 후보가 열세를 얼마나 극복하느냐도 변수다. 20대와 30대에서 안 후보는 51.2%, 53.5%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문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37.3%, 28.4%다. 투표율이 낮은 2030세대는 실제 대선에서 영향력은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투표장에 직접 가지않고 표를 던질 수 있는 여론조사로 야권단일화 경선이 진행될 경우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역선택의 함정도 도사리고 있다. 문 후보와 안 후보간 양자대결에서 새누리당 지지자 중 42.9%가 문 후보를 선택했다. 안 후보를 선택한 새누리당 지지자는 23.4%에 불과했다. 박근혜 후보가 포함된 다자대결에서 새누리당 지지층의 문 후보 지지율을 3.4%로 급전직하한다. 박 후보 지지자들이 비교적 쉬운 상대로 짐작되는 문 후보를 역선택했을 공산이 크다. 오차범위 내 박빙 승부를 벌이는 두 후보의 승패가 새누리당 지지자의 역선택으로 좌우될 수 있는 것이다.
역선택 가능성은 향후 야권단일화 경쟁에서 치열한 머리싸움을 예고한다. 2002년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양측은 역선택을 피하기 위해 이회창 후보의 최저 지지율을 30.4%로 고정하기도 했다. 참가한 두곳의 여론조사기관 중 한 곳은 최저지지율에 미치지 못해 채택되지 못했다.
이번 조사는 유선전화 및 휴대전화 임의걸기(RDDㆍrandom digit dialing)방식으로 진행됐다. 95%신뢰구간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