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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간 ’이집트 앓이’에 빠진 강인숙 교수
라이프| 2012-10-05 08:59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이집트 문명은 끌림이자 홀림이다. 숱한 탐험가와 학자들이 그 매력에 사로잡혀 사막으로 이끌려갔다. 때론 침략자 역시 마찬가지다. 알렉산더 대왕은 이집트를 속국으로 만드는 대신 스스로 파라오의 자리에 오르는 길을 택했다. 힘으론 이집트를 굴복시켰을지언정 정신은 이집트에 압도당한 셈이다.

문학평론가인 강인숙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역시 그 유혹을 피할 순 없었다. ‘내 안의 이집트(마음의숲)’는 40여 년간 ‘이집트 앓이’를 겪어온 노학자의 이집트 문명 기행이다.

저자가 바라본 이집트 문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완성형으로 출현한 문명’이라 할 수 있다. “이집트의 문명은 시작되었을 때부터 성숙한 것처럼 보인다”는 카르피체치의 표현처럼 이집트 문명은 단계적으로 발전했다기보다 출발부터가 완성형이었다. 그들은 시작단계부터 문자와 달력을 쓰면서 도시를 만들었고 로마가 태동하기도 전에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를 만들었으며 5천 년 전에 완성된 양식을 3천 년간 유지해왔다.

저자는 말한다. “(이집트 문명은) 미메시스(mimesis)가 아니라 이미타시오(imitatio)의 세계다.” 이집트 예술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모방해야 한다는 관념에서 자유롭다. 애초에 사막엔 모방해야할 현실과 자연이 없기에 예술은 직선화되고 추상화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대신 하나의 전범(典範)이 완성되면 ‘롤 모델 따라하기’가 반복된다. 이 이미타시오의 세계에서는 보완과 개신이 가능할 뿐, 창조는 불가능하다. 이집트 문명에 탁월한 예술작품은 많은데 예술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며 3천 년간 지속된 위대한 전통계승의 역정(歷程)이 있었기에 오늘날 강렬한 국가 브랜드를 구축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모래 속에서 차츰 모습을 드러내는 문명의 속살, 세월이 흐를수록 빛을 더하는 문명의 신비가 흥미로움과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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