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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앱으로 만나다
뉴스종합| 2012-10-05 10:50
2030세대에게 소셜데이팅은 ‘인생의 반려자’를 찾는 든든한 나침반이다.

2010년부터 우후죽순 생겨난 소셜데이팅 서비스는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는 ‘연애’를 가능하게 해줬다. 가벼운 일회성 만남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기성세대의 고정관념도 일거에 깨뜨렸다. ‘중매쟁이’ 없이는 ‘롱디(long distance의 줄임말ㆍ원거리 연애를 뜻하는 은어)’가 불가능했던 부모세대와 달리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들 세대는 ‘중매 앱’을 통해 전국 곳곳의 킹카와 퀸카를 찾아 나선다. 소셜데이팅이 ‘듀오’와 같은 결혼중개업체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 ‘우리 결혼했어요’~어떻게? 소셜데이팅으로!= ‘참한 남자’가 이상형이라던 김예전(27) 씨는 우연히 TV에서 소셜데이팅 서비스 ‘이음’을 접하고 올해 7월 결혼에 골인했다. ‘매일 12시30분, 단 한 명의 이성을 소개시켜주는’ 이음에 한 달 정도 매일 접속한 결과다.

김 씨는 이 사이트에서 ‘참한 남자’라는 닉네임을 가진 현재의 남편 서창곤(27) 씨를 알게 됐다. 하지만 부산에 사는 김 씨가 거제에 사는 서 씨와 직접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결국 김 씨는 올 해 1월 부모님의 권유에 못 이겨 마지막으로 선 자리에 나섰다. 상대와 잘 되지 않아 속상해하고 있을 즈음, 서 씨가 한 달음에 거제에서 부산까지 달려왔다. 두 사람은 이틀 후부터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했고, 결국 평생의 반려자가 됐다.

소셜데이팅 서비스 ‘코코아북’으로 지금의 아내를 만난 김계남(가명ㆍ28) 씨는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는 게 상식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신입사원의 무료함을 달래고자 친구를 따라 가입한 코코아북이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해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작은 것도 의심이 많은데 사진 몇 장, 신상정보 몇 줄로 연인을 만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고, 특히 셀카(셀프카메라)를 절대 신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재미삼아 시작한 코코아북이 소개시켜준 여성이 현재의 아내다. 두 사람은 교제를 시작한 지 7개월 만에 결혼에 성공했다.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고 믿었던 소셜데이팅을 통해 7개월이나 교제를 한 것도 신기했지만, 결혼으로 이어진 것도 믿어지지 않는다.

김 씨는 “아무리 세상이 복잡해졌어도 ‘월하노인이 내려주는 빨간 실 인연까지 온라인으로 해결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이 그만큼 변했으니 월하노인도 이젠 쉴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소셜데이팅, ‘듀오’넘어서는 결혼중개업으로 자리잡다=현재 스마트폰이나 웹으로 데이트를 주선하는 소셜데이팅 서비스는 70~9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셜데이팅은 수백만원의 가입비를 요구하는 결혼정보업체와 인터넷에 난무하는 가벼운 일회성 채팅의 장점을 모은 새로운 중매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데이팅 시장 규모는 세계적으로도 연 4조원에 이르며 소셜커머스보다도 크다”며 “이 중 모바일만 1조60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2030세대 미혼 620만명 중 약 11%가 소셜데이팅 상위 3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전히 소셜데이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하지만 온라인을 통해 데이트 상대자를 고르는 일이 점차 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중 특히 선두업체인 이음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2010년 11월 정식 출시된 이음은 2년간 누적 회원 수 47만명을 돌파하며 성장해왔다. 지난 8월에는 월 매출액 3억원을 돌파하며 소셜데이팅 업계의 선두주자임을 입증했다. 이처럼 이음이 성장한 데는 소셜데이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온라인을 통한 이성간의 만남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43쌍에 달하는 결혼 커플을 배출하면서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코코아북 역시 지난 4월 출시 1년 만에 회원 수 10만명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코코아북에는 하루 평균 3만명가량의 방문자가 발생하며 매일 800쌍의 커플이 탄생한다. 코코아북은 매일 밤 11시 3명의 이성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이음과 다른 점은 누구나 이성 3명의 프로필을 제공받기 때문에 일종의 ‘미팅’과 같다. 상호 ‘사랑의 짝대기’가 연결된 두 사람만 연락처를 교환할 수 있다. 두 업체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에는 ‘공감’ ‘마음씨’ 등 새로운 소셜데이팅 업체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각 업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한 사람의 프로필을 보내는 형태, 현재 내가 있는 곳에서 1㎞ 이내에 있는 이성의 연락처를 알려주는 형태 등 각자 취향에 따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범죄나 연애 상업화로 이어질 우려도=한편 젊은이는 소셜데이팅으로 짝을 찾는 세태에 대해 ‘소개팅할 시간도 없는’ 슬픈 현실을 지적한다.

지난 8월 소셜데이팅 서비스 ‘마음씨’를 출시한 이계익 마음씨 대표는 “우리 세대를 3포세대(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세대)라고 한다”며 “소셜데이팅 서비스는 20~30대 가장 중요한 화두인 연애를 그들이 가장 가까이 두고 있는 스마트기기를 통해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말처럼 소개팅 주선을 요청할 수도, 주선을 할 수도 없는 요즘 젊은이는 스마트폰을 중매쟁이 삼아 직접 소개팅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

하지만 마음이 허전한 젊은이를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인 만큼 모방형 서비스에 의해 자칫 불건전한 만남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특히 모바일 소셜데이팅을 주선하는 많은 앱은 위치기반서비스를 이용해 근처에 있는 이성의 위치정보를 검증절차 없이 제공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시하거나 두 사람이 연락처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해당 업체에 8000원에서 많게는 3만원까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젊은이의 연애를 상업화한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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