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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사정도 ‘부익부 빈익빈’…“‘조용한 IMF 같다’는 말 나올 정도”
뉴스종합| 2012-10-07 14:27
[헤럴드경제=안상미 기자]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국내 간판 기업들의 자금 사정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초우량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오히려 나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는 불투명한 경기 전망 때문에 투자를 줄이는 대신에 금고 속에 돈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조선, 해운, 건설업종과 중소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7일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치를 내놓은 183개 상장사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연간 잉여현금흐름 전망치 합계는 8조3658억원으로 작년 잉여현금흐름 확정치(-23조6498억원)에 비해 플러스로 전환됐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에서 투자에 들어가는 돈을 뺀 값으로 회계상으로는 영업활동현금흐름과 투자활동현금흐름을 더해 구한다. 183개사 전체로는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마이너스)에서 흑자(플러스)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반면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조선, 해운, 건설업종은 ‘적색경보’다. 수익성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신용위험이 상승해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잉여현금흐름은 작년 확정치인 -6095억원에서 올해 전망치는 -5741억원으로, 두산중공업은 -1조2259억원에서 -364억원으로, 한진중공업은 -3594억원에서 -844억원으로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SK해운 등 6개 해운사의 실적을 합산한 결과, 단기성 차입금 대비 현금성 자산비율이 지난 2007년 말 298.5%에서 올해 6월 말 44.2%까지 급감했다. 기업이 가진 현금성 자산이 빚의 반도 안 된다는 의미다.

구본욱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내년까지 해상물동량 증가율이 6~8%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는데, 해운용역의 공급을 나타내는 선복량은 8~10% 늘어날 전망”이라며 “공급과잉으로 인한 시황 악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얼어붙은 경기에 매출이 줄면서 중소기업이 수지를 맞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민경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 과장은 “금융 위기 이후 잠시 좋아졌던 경기가 다시 침체로 접어들면서 중소기업의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지금이 마치 ‘조용한 IMF(외환위기)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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