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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엔 출구가 없다…왜?
부동산| 2012-10-08 08:59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에도 불구하고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이 갈수록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뉴타운 출구전략이 나온 뒤 실태조사를 거쳐 정비구역을 해제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정작 조사는 진행되지 않아 주민들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건설업계도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기피하면서 시공사 찾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8일 서울시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태조사를 신청한 재개발구역은 55곳에 달하지만 조사에 쓸 예산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정책이 갑작스럽게 결정돼 올해는 관련 예산을 마련하지못했다”며 “다른 사업에서 남는 돈이 있는지, 있다면 뉴타운 출구전략에 전용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중”이라고 했다.

특히 실태조사 요청이 몰린 성북구청은 신청을 접수한 지 한달만에 승인 여부를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총 14건을 승인했지만 서울시의 예산 배정만 기다릴뿐 조사 착수 사례는 전무하다. 서울시는 출구전략에 이어 지난 9월 재개발ㆍ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사업 중단할 경우 시나 구가 지출 비용의 최대 70%를 보조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예산 확보 없이 국토부 등만 바라보는 처지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매몰비용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사업비 부담과 개발이익이 민간에 돌아가는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의 매몰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인천시가 최근 국토부에 재개발ㆍ재건축 매몰비용을 지원하는 한편 추진위단계로 제한된 지원 대상은 조합까지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이처럼 수도권을 중심으로 추진된 도시정비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으나 부동산경기 침체 장기화로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최근엔 건설업계 마져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는 ‘체질 개선’에 돌입하면서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꺼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 시공사를 선정한 수도권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지는 2군데에 불과했다. 지난 7월엔 1조원 규모인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 2단지 재건축의 시공사 입찰이 유찰됐다. 서울 수색7구역과 용답동 등 일부 조합도 시공사를 선정한 상태에서 출구전략을 노크하고 있다.

급기야 경기도 부천 춘의1-1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선 주민 요청으로 조합설립 인가가 취소되자 시공사가 조합을 상대로 매몰비용 325억원을 청구하는 사태가 빚어지는 등 사회 문제로 급부상했다. A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4분기 신규 수주 계획은 서초 우성3차 재건축 밖에 없다”며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주택구매 심리가 위축되면 뉴타운 물량은 손을 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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