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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 안전교육…그런게 있었나요?”
뉴스종합| 2012-10-09 11:40
응급 대처교육 등 의무화 불구
대부분 규정 존재조차도 몰라
일부는 예산부족 이유로 외면
2차·3차 불산사태 무방비 노출


“도금을 하려면 금속 표면을 깎아내야 합니다. 이때 산성물질을 사용하죠. 누차 안전을 강조하고는 있습니다만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한 적은 없어요. 교육이 의무인지도 몰랐고 인력이 부족해 안전담당자를 두기도 힘듭니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한 금속도금업체 대표는 “위험물질에 대한 직원 교육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영세 업체로서 한계가 있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지난달 27일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한 불산(불화수소산) 누출 사고를 계기로 일선 제조업체의 화학물질 관리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대다수 영세 중소업체들이 인력과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제2, 제3의 불산 사태가 우려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는 각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화학제품에 대해 성분과 위해성 여부, 취급 및 저장방법, 사고 시 응급 대처 요령, 누출ㆍ폭발 및 화재 시 대응법 등을 적은 물질안전보건자료(Material Safety Data SheetㆍMSDS)를 사업장 내 비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사업주는 이 자료를 비치하고 정기적으로 그 내용을 작업자에게 교육한 뒤 증거서류를 남기도록 돼 있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교육 증거자료를 보고하게 돼 있을 뿐 실제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현장 점검은 따로 실시되지 않고 있다. 다만 MSDS 비치 및 교육 증거자료 여부가 안전사고 사후에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영향을 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영세 업체는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안전관리 인력도 부족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 수 50인 이상인 사업장의 사업주는 화학물질의 제조ㆍ사용ㆍ운반 또는 저장하는 과정에서 안전교육을 담당할 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지정하게 돼 있다. 50인 미만의 사업장은 안전관리자를 사업주가 겸임하도록 ‘장려’되는 수준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관련 업무만 전담하는 전임 안전관리자를 두도록 규정한 것과 대비된다. 위험물질을 직접 다루는 경우가 많은 2, 3차 벤더업체가 전문 안전관리자가 없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영세 업체의 경우 안전관리자가 있더라도 실제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체계적인 훈련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안전관리자는 산업안전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고등교육과정에서 관련 학과를 전공한 자 등으로 그 자격이 규정돼 있다. 고학력자들이 취업을 기피하는 영세 업체의 경우 현장 근로자가 개인적인 학습을 통해 기사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수경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관련 학과 졸업생의 경우 전공 과정에서 현장 인턴과 교내 실습을 통해 이론과 실습 능력을 겸비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 취직하려 해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영세 업체가 체계적인 안전관리 능력을 담보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온라인과 집체교육 위주로 이뤄지는 안전관리자 직무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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