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열정의화가 곽훈,베네치안 레드로 반 고흐를 그리다
라이프| 2012-10-10 14:38
에너지 넘치는 회화를 선보여온 ‘열정의 작가’ 곽훈(71)이 오랫 만에 서울에서 작품전을 갖는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예화랑(대표 김방은)은 동양의 초월적 정신세계를 표현한 작업으로 미국 서부에서 주목받아온 곽훈의 초대전을 연다. 오는 12일 개막돼 11월8일까지 열리는 전시에 작가는 강렬한 벽돌빛이 감도는 인물화 연작 30여점을 내놓는다.

‘1890년 7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라는 전시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출품작들은 후기 인상주의 화가 반 고흐(네덜란드)로부터 영감을 얻어 제작한 것들이다.

추상표현주의를 연상케 하는 격렬한 기법의 인물화는 겹겹이 쌓아올린 물감층 사이로 언뜻 언뜻 인물의 윤곽이 내비친다. 그러나 눈 코 입 이목구비는 분간키 어렵고 흐릿하게 한 인간이 드러날 뿐이다.

곽훈은 "우연한 기회에 반 고흐에 관한 책을 읽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반 고흐와는 너무 달랐다. 그는 시대를 앞서 살다간 위대한 예술가였다. 흔히들 반 고흐를 정신질환자, 패배자로 알고 있으나 그는 지극히 철학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분석하며 이를 화폭에 옮겼다"고 했다. 이에 그의 삶과 예술에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초상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히 반 고흐가 1890년 7월 29일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베일에 가려졌던 마지막 며칠을 작품에 담아내려 했다. 죽음을 앞둔 마지막 날들의 초상을 상상해서 그린 것.

초상화라곤 하지만 그의 인물은 격정적인 붓질과 두터운 물감층, 그리고 나이프로 긁어낸 거친 표면 등이 무척 강렬하고 역동적이다. 인물을 왜 이렇듯 모호하게 그렸을까.

이에 작가는 “우리가 증명사진을 찍을 때 아무도 그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의 실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진 속 모습과 실체가 다른 것처럼, 반 고흐의 초상화에서도 그런 차이를 표현하려 했다”고 했다.


이번에 그는 ‘베네치안 레드(Venetian red)’라는 갈색 물감을 주로 사용했는데 가을 낙엽이 주는 최면효과를 살리고 싶어서다. 곽훈은 "설악산의 단풍을 보면 나도 모르게 취하게 되듯 내가 그린 반 고흐의 초상을 보고 사람들이 최면에 걸린 듯 취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미대와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대학원을 졸업한 곽훈은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이 처음 오픈할 당시 대표작가 중 한명으로 초청돼 옹기 설치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데뷔이래 줄곧 동양 철학의 ‘기(氣)’를 주제로 다양한 작업을 펼쳐왔다. 사진은 곽훈의 Van Gogh,각 167.64 x137.16cm, Acrylic on canvas, 2011. 사진제공 예화랑. 02-542-5543.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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