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경제민주화 대선前 입법 ‘급행열차’ …재계 “경제 죽이나” 격앙
뉴스종합| 2012-10-12 11:27
경제민주화가 급행열차를 탔다. 이번에는 여ㆍ야가 대선 전, 정기국회에서 일치되는 몇 가지 관련 법안을 합의 처리하겠다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대선 이후 내년 초로 예정됐던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전쟁이 6개월 앞,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지율 반등의 불씨가 필요한 새누리당, 후보 단일화 우위 선점이 절실한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12일 이정우 문재인 캠프 경제민주화위원장은 “2개는 너무 적다. 여야 합의만 된다면 20개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김종인 박근혜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이번 국회에서 2개 이상의 경제민주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그동안 재계와 유권자들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쟁에 대해 “재벌개혁이 되겠느냐” “선거공약일 뿐이다” “대선 끝나면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여야 유력주자들이 진정성을 보여주고 선명성 경쟁에 나서면서 경제민주화는 현실화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제한, 재벌총수 등 기업범죄 처벌 강화는 이미 암묵적으로 합의가 끝난 사안이다. 


여야의 결승전은 대기업과 재벌개혁을 두고 벌어질 예정이다. 유권자들에 경제민주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소재로 약육강식의 상징인 재벌만큼 좋은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기존 정치권을 ‘구태’로 몰아가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 바람 속에서 핵심이자 상징성이 큰 대기업 집단을 정면 공격해 역으로 의회 중심 정치의 위력과 당위성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문 후보 역시 “재벌 개혁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의원들도 인정하는 상황”이라며 “박 후보도 줄푸세를 포기하고 경제민주화에 동참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문 후보의 제안을 새누리당도 거부하기 힘들게 됐다. 내부적으로도 경제민주화 이슈 선점 효과를 되살리는데 재벌 개혁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선대위 인선과 관련, “박 후보가 다시는 엉뚱한 소리가 안 나오게 하겠다는 보장을 해 돌아왔다”며 주도권을 쥐고 강력한 경제민주화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같은 대기업 관련 경제민주화의 대표적 법안은 순환출자 금지와 금산분리 규제 강화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삼성ㆍ한화ㆍ동부 등 기존 재벌 그룹 총수의 소유ㆍ지배 구조와 맞물린 기존 순환출자 해소 방법에 대해 어떤 합의점을 이끌어낼지가 관건이다.

이 위원장은 “재벌총수 기업 범죄에 대한 처벌을 엄격히 하고, 사면권을 제한하는 것 등에서는 양당 간 이견이 없다”며 “기존 순환출자 문제에서는 3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자율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는 새누리당 내 쇄신파를 주축으로 한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들이 마련한 법안과 같은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는 김 위원장이 상징적인 차원에서라도 순환출자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 특히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 간 지분 교차 소유 문제를 들고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대기업 계열 유통 회사들의 영업 규제나 하도급 관행 개선 같은 것만으로는 경제민주화 의지를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2개 법안과 관련, “국민이 봤을 때 저 정도로 하면 진짜로 하려고 하는구나라고 인식을 줄 수 있는 법안”이라 설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경제력 집중 현상의 상징처럼 돼버린 재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삼성과 현대, 그리고 뒤를 잇는 한화나 동부그룹 등 재벌들에 가장 아픈 소유 구조 문제를 건드림으로써, 차별화된 쇄신 의지를 강조하는 시나리오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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