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재벌개혁 ’저승사자들’의 치킨게임
뉴스종합| 2012-10-15 10:51
재벌개혁 저승사자들의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12월 대선판을 좌우할 최대 화두로 떠오른 재벌의 소유구조 개혁 싸움에서 밀릴 경우 ‘경제민주화’ 주도권은 물론, 표심(表心)마저 잃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여의도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대기업으로부터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측 장하성 교수가 ‘재벌 계열분리명령제’ 등 초강력 카드를 꺼내들면서 ‘원조’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리틀 저승사자’ 이정우 문재인 후보측 경제민주화위원장과의 본격적인 경제민주화 전쟁이 포문을 열고 있다.

초강수 카드로 총알 장전한 ‘재벌 저승사자’=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간 경제민주화 전선(戰線)에서 한 발 비껴져 있던 안 후보는 ‘재벌 계열분리명령제’, 금산분리 강화, 집중투표제 등 재별구조에 대한 통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초강력 카드로 경제민주화 전선에 최선봉에 섰다. 당초 예상을 깨고 민주당보다 강력한 경제민주화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특히 장 교수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계열분리 명령제는 재벌집단의 계열사로부터 시장 지배력 남용과 독점 폐해가 발생하면 해당기업의 지분매각을 명령해 재벌집단에서 분리해 내는 제도로 초강력 재벌개혁 수단으로 손꼽힌다. 이 제도는 안 후보측이 처음으로 내세운 공약이며, 문 후보 측에서도 도입을 검토했지만 실제 발표에서는 빠졌다.

재계의 대변인격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4일 안 후보측의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 발표 이후 곧바로 “대선 후보들이 위기극복과 경제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대기업 때리기 위주의 경제정책을 발표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밝힌 것도 그만큼 안 후보측의 정책에 대한 강한 민감도를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전경련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측은 전경련과의 정면 충돌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되려 압박하고 있다. 안 후보측 유민영 대변인은 15일 논평을 통해 전경련의 우려표명에 대해 “낡은 방식으로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없다”며 전경련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유 대변인은 또 “전경련이 대변해야 할 것은 재벌 총수의 특권과 반칙, 이익이 아니라 올바른 기업가 정신”이라며 “전경련은 매번 재벌개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일자리창출 축소 우려를 무기로, 잘못된 사실을 근거로, 정상적인 문제제기를 왜곡하고 재벌총수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해왔다”고 쏘아붙였다.

▶‘원조 저승사자’와 ‘리틀 저승사자’의 반격=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장 교수의 총알 장전에 김 위원장과 이 위원장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태세다. 특히 김 위원장과 이 위원장은 ‘국회 입법’ 카드로 경제민주화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온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놓고 이한구 원내대표와의 불화 때문에 ‘당무 거부 및 사퇴’ 카드를 쓰면서까지 경제민주화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던 김 위원장은 당무 복귀 즉시 경제민주화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선 전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2개 입법은 물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로부터 ‘확답’도 끌어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의 소유구조를 재편하지 않는 경제민주화는 사실상 거짓말이다. 박근혜 후보도 신규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금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선 아직 이렇다할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주변에선 김 위원장의 당내 입지에 따라 기존 순환출자 금지에 대해서도 ‘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그는 단계적 재벌 개혁론자다. 한꺼번에 재벌 개혁을 하려다보면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우’를 범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경제의 큰 혼란을 야기시키지 않고 순수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선택을 할 것”이라며 “행동에 옮겼을 때 어떤 사태가 날지에 대해 책임도 동시에 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측 경제민주화 정책을 총괄하는 이 위원장도 ‘3자 회동→2자 회동’ 제안을 하며 치킨게임에서 밀릴 수 없다는 의중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그는 또 ‘국회 입법’이라는 차원에선 김 위원장과 보조를 맞추며 장 교수의 맞불에 정면대응하고 있다.

이 위원장의 정책 철학의 핵심은 ‘시장독재의 종식’으로 요약된다. 70년대 고도 산업화 시기에 한국의 경제 모델이 ‘국가독재’였고, 9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모델이 ‘시장독재’였다면, 이제는 두가지 독재 방식의 시장 경제 질서는 한계를 맞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재벌 저승사자 장 교수와 맞먹는 강한 정책을 언제든 쏟아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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