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한나라 법안발의 단초…이제와선 자기부정?
뉴스종합| 2012-10-24 11:08
정문헌·이상득·황우여 등 67명 서명
국회재적의원 2/3찬성 의원안도 주도
現개정요구 ‘자가당착’ 논란 키울수도



‘NLL 논란’의 진원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 지정기록물에 대해 법적으로 비공개의 ‘쇠빗장’을 지른 것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인 것으로 확인됐다.

새누리당이 최근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에 나서고 있지만, 이는 결국 ‘자기부정’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셈이다.

대통령지정기록물에 대해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 또는 고등법원 이상의 영장을 통해서만 공개되도록 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2005년 11월 22일 정문헌 한나라당 의원 등 72명이 공동발의한 예문춘추관법안(의안번호 3421)이 단초가 됐다. 73명의 발의자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이 무려 67명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홍준표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친박계 진영, 친이계 이재오ㆍ정두언 의원 등이 포함됐다. 최근 대통령기록물 관련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는 이한구 원내대표의 이름도 있다. 당시 한나라당 현역의원의 절반이 넘게 서명했으니, 사실상 ‘한나라당안’이었던 셈이다.

뒤이어 2006년 7월 18일 정부가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4613)을 내놓았다. 상임위에서는 두 안을 평가했고, 이후 정부가 이를 반영한 대안을 제출한다. 이전 두 안은 ‘대안반영폐기’했다. 대안은 2007년 4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법률로 확정됐다.

그런데 국회와 정부안을 뜯어보면 요즘 문제가 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이라는 기록물 공개 조항은 한나라당이 주도한 의원안에서 비롯됐다.

의원안 27조는 ‘대통령이 비공개로 정한 특정기록물은 공개 및 열람제한기간(퇴임 후 2년ㆍ5년ㆍ10년ㆍ30년으로 정하며, 최장 50년을 넘을 수 없다) 내에는 공개ㆍ열람되지 아니하며, 누구도 그 제출을 요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 형사상의 소추를 받아 그 증거로 필요한 경우와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의 찬성이 이루어진 경우 등을 예외로 했다.

반면 정부 법안은 17조에서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기간(최장 15년, 사생활 기록은 30년) 중에는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열람, 사본 제출 등을 허용하지 아니하며, 다른 법률에 의한 자료 제출의 요구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당시 국회상임위는 국회 업무에 필요할 경우 대통령지정기록을 열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의원안이 국민의 알권리에 좀더 가깝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의원안에서 처음 등장한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은 그 자체가 헌법 개정 수준의 가장 엄격한 기준이다. 법안을 만들 당시 한나라당이 대통령기록물 공개에 상당히 엄격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당시 국민의 알권리라는 평가를 받았던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 규정은 지금은 되레 쇠빗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울러 국회 참석의원 과반 이상이면 바꿀 수 있는 법률 안에 헌법 개정 수준의 찬성조건을 붙인 데 따른 자기모순도 드러나고 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을 충족하기 어려우면, 과반의석만 확보하면 충분한 법 개정으로 까다로운 보호장치를 해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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