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2012 대선판의 ‘제안정치’
뉴스종합| 2012-10-24 11:07
경상도 사람끼리 주고 받는 “밥 뭇나?”라는 인사말은 ‘당신은 식사를 하셨습니까?’를 의미하지 않는다. 직장인의 “소주나 한 잔 하자”는 말이 진짜로 ‘나는 당신과 꼭 소주를 마시고 싶습니다’는 의미값을 지니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문법은 그대로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셋이 한 번 만나자”는 제안이 여태껏 성사되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안 후보는 지난 9월 19일 출마 선언식에서 ‘3자 회동’을 제안했다. 정책과 비전을 공유ㆍ비교해서 비슷한 것은 빠르게 협의 처리하고, 시각이 다른 것은 좀더 시간을 두고 처리하자는 제안이었다. 기자들이 빠르게 이 사실을 나머지 두 후보에 실어 날랐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언제든지 좋다”고 밝혔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도 흔쾌히 수용 의사를 피력했다. 그런데 3자 회동은 한 달여째 무소식이다.

최근 어느 ‘뜀박질’ 대회에서 세 후보는 우연치 않게 한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서로간엔 어색한 침묵만이 흘렀다는 후문이다. 이쯤되면 최초 제안이나 긍정적 반응을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해도 모두 억울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선 문 후보 측이 3자 회동을 제안했다. 안 후보 측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 측은 정책 조율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응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사전을 좀 뒤졌다. ‘제안(提案)’의 원래 의미가 뭔지. 첫 글자 ‘제’의 의미는 ‘끌다’ ‘끌고 가다’ ‘끌어 일으키다’ 등이다. 두 번째 글자 ‘안’은 안건을 의미한다. 다소간 의문이 풀린다. 정치권에서 사용하는 ‘제안’이 ‘공세용’으로 사용되는 용법에 대한 것. 제안자에게 공세권이 주어지고, 수용자에겐 수용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소간 수세적 입장에 처한 것으로 해석되는 ‘정치권의 문법’이 글자 본래의 의미에서도 희미하게나마 읽힌다. ‘끄는 자와 끌려가는 자’의 차이.

아직 박 후보 측은 이렇다할 ‘제안’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대선판 가운데 ‘제안 정치’의 마지막 ‘매조지’를 할 박 후보가 어떤 종류의 ‘제안’을 할지에 관심이 간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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