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은 · 하진 남매 스페인서 생애 첫 길거리 공연
필로스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해왔다. 지난 2010년 11월 일본 후쿠오카 사서관 콘서트에 이어 지난 8월에는 스페인 마드리드 장로교회 초청공연을 다녀왔다.
스페인에서의 첫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현지 장로교회 측에서 다시 한 번 공연을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하은 양과 하진 군의 첫 버스킹(길거리 공연)도 대성공이었다.
지난 8월 26일 마드리드, 저녁 8시쯤 하은ㆍ하진 남매는 마드리드 아토차의 한 거리로 기타를 들고 나섰다. 생애 첫 길거리 공연 시도를 위해서였다.
거리에는 리코더, 아코디언 연주가, 바이올린 행위예술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거리에선 자연스레 공연이 이뤄졌고, 우리도 공연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남매는 무언가에 홀린 듯 거리로 나갔다.
남매는 아토차의 뒷골목에 자리를 잡고, 애니메이션 장화신은 고양이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 ‘디아블로 로호(Diablo Rojo)’ 등 여러 곡을 연주했다. 하은 양이 기타줄을 튕기며 연주를 시작하자 첫 버스킹에 대한 떨림은 이내 흥분으로 바뀌었다.
이들의 기타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주변 시민들 30~40명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하은 양이 기타 통을 두드리며 리듬을 타는 모습에 마드리드 시민들의 눈은 휘둥그레졌고, 하진 군의 빠른 손놀림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20분 정도의 기타 연주 뒤 사람들은 ‘그라시아스’라고 연신 외쳤고 휘파람 소리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더 놀라운 것은 연주가 모두 끝난 뒤 기타통에 현지 돈으로 20만원이 모아져 있던 것.
“아이들이 거리연주로 20만원을 들고 왔을 때 우리 앞으로 여기서 길거리 공연이나 하자고 농담했죠.”
마드리드 시민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하은ㆍ하진 남매의 부친인 장형섭 교수는 “공연이 끝난 뒤 마드리드 시민들이 ‘공연 CD가 있느냐.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느냐’며 필로스의 음악을 요청했다”면서 “한국식 클래식 기타 공연의 한류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필로스는 앞으로 길거리 공연도 꾸준히 해나갈 생각이다. 내년 5월 말 있을 캐나다 공연에서는 가족 4명이 모두 길거리 공연을 할 예정이다.
하은ㆍ하진 남매 역시 이번 스페인 버스킹으로 한 단계 성숙해졌다. “인생을 멋있게, 즐겁게 사려는 스페인 사람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앞으로 전 세계를 다니며 버스킹을 하고 싶어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축복받는 여행이었어요.”
민상식 기자/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