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 국립묘지로, 효창공원으로, 마산 3ㆍ15 민주묘지로’

대선주자 3인이 26일 일제히 묘지 앞으로 향했다. 이날은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부보장에 의해 시해된 10·26 사건 사태 발생, 33주년이 되는 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박 대통령 추모식에 반드시 참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 문재인(민주통합당) 안철수(무소속)대선후보가 비슷한 시각에 각각 독립운동가, 민주열사 묘역을 참배하면서 ’과거사 문제’에 각을 세운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전희 전 대통령 33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장녀로써 아버지의 추도식에 대표로 참석하는 형식이지만, 최근 박 전 대통령 시절 역사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의미가 더 컸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측은 논란이 되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경제발전과 시대상황 등도 함께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이는 야권의 과거사 공세를 ‘과거 지향 구태’로 정의하고, 자신은 앞 선 ‘미래’를 논하며 차별화와 반전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인식등 과거사 논쟁을 통해 박 후보의 발목을 잡는데 성공했던 야권은 박정희 묘역을 참배하는 박 후보와 대비하는데 주력했다. 한 시간 앞서 안중근 의사 가묘가 있는 서울 용산 효창공원을 방문한 문 후보는 ‘역사를 바로, 나라를 바로’라는 슬로건으로 박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최근 정수장학회와 관련, 친일 논란으로 새누리당이 맞불을 놓은 것과 관련해,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대선 승리의 핵심인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서도 자신에게 정통성이 있음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기존 정치권의 불신과 해체가 아닌, 제일 야당 주자의 집권이 정치적 정통성은 물론, 안정된 집권 능력을 보여주는데도 더욱 적합하다는 논리다.

한편 부산, 경남을 방문 중인 안 후보도 이날 오전 과거사 논쟁에 가세했다. 안 후보는 이날 마산에 있는 국립 3.15민주묘지를 참배했다. 3·15 민주묘지는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독재 정권의 부정 부패에 맞서 싸우다 희생된 열사들이 잠든 곳으로 박 전 대통령 집권직전인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곳이다. 안 후보측은 이날 참배에 대해 특별히 날짜를 고른 것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한 발 빠져있던 여ㆍ야 논쟁 한 가운데로 들어갔다는데 의미가 있다.

안 후보는 이날 묘역 방명록에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새로운 미래를 열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겨, 최근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과거사 논쟁에 대한 평가와 함께,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도 동시에 노렸다. 안 후보 측 관계자도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사망과 함께 한 시대의 막내림을 상징하는 10ㆍ26 사태에 대해 “불행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짧막한 평가로 이 같은 후보의 의중을 뒷받침했다.

최정호ㆍ양대근 기자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