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미국도 수집안하는 한국의 대선공약…이광재 매니페스토 사무총장
뉴스종합| 2012-10-29 09:50
〔헤럴드경제=이정아 인턴기자〕"한국의 선거공약은 다른 나라에서 연구용으로도 수집하지 않는다. 얼마나 터무니없으면, 또 지켜지지 않으면 그럴 정도냐."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28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세계 각국의 정치공약을 수집하는데, 우리나라 공약은 참고대상 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G20 국가라고 자랑을 하지만 외국의 눈으로 볼 때,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공약은 공약이 아니라고 했다.

"박근혜 후보는 좌충우돌, 문재인 후보는 단일화를 염두에 둔듯 허등대고, 안철수 후보는 한달만에 뚝딱뚝딱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유력대선주자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정치, 외교ㆍ국방, 경제민주화, 복지 등 10대 공약에 대한 이 사무총장의 혹평이다. 국민들 앞에서 시험을 치르는 대선후보의 자세는 벌써 불합격이다.

이 사무총장은 “외국은 정책을 만들기까지 2년이 걸리는데 우리나라는 고작 2개월만에 만들어낸다"면서 "머리로만 만든다"고 졸속공약을 비판했다. 그는 또 "행정학에서 보면 머리로만 만드는 공약들은 ‘정책 아이디어’라고 하지 정책이라고 애기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트실천본부 사무총장은 18대 대선에 출마한 유력 대선주자의 공약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박근혜 후보는 우왕좌왕, 문재인 후보는 허둥지둥, 안철수 후보는 우물쭈물’이라고 했다.      이상섭 기자/abtong@heraldcorp.com

이 사무총장은 이번 대선만 해도 모든 이슈를 후보단일화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진영 모두 단일화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정책 공약은 뒷전이라는 말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서로 섞일 수 없는 김종인-이한구의 싸움에서 보듯 박 후보가 아직 자신의 철학과 신념이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근 여의도 정치판을 휩쓸고 있는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등의 각론에 가서도 “후보들이 한 줄짜리 정책과제만을 제시하다보니 정책이 비슷해 보이는 착시현상마저 주고 있다”면서 정곡을 찔렀다.

그는 박 후보의 경우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를 경쟁시장에서의 자원배분의 공정으로, 문 후보는 룰의 공정보다는 재벌체제의 재구조화를, 안 후보는 시장의 종(種) 다양성 확보로 설명했다. 재벌의 독과점 체제에 대해서는 세 후보가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박 후보는 중소기업-대기업간 불공정 거래를 완화시키면 경제민주화가 되지 않겠나하고 생각한다. 경쟁시장에서의 공정을 말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문 후보는 재벌체제에 대한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룰의 공정정도는 안되겠다고 보는 것 같다. 재벌기업 특히 재벌총수들이 가졌던 기존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거래의 공정을 이야기해야지 이것을 건들지 않으면 안된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에 대해서는 "박 후보와 문 후보와 조금 다르다. 늘 상생 생태계를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미국식이라고 보인다. 대기업을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에게 주문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후보마다 “복지와 일자리를 보는 눈도 다르다”면서도 안 후보는 사상측면에선 문 후보를, 방법론에 있어선 박 후보를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박 후보와 안 후보의 공통분모를 ‘친시장적인 정책’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북문제에 있어서는 박 후보는 상호호혜적으로 보는 반면,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북과의 대화협력을 경협확대로 보고 있다며 “거꾸로 박 후보가 더 이념적이고, 문-안 후보는 오히려 시장적으로 풀어보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이 사무총장은 "핵심 사안에 대한 관점이 다른데, 정책의 차별점을 찾지 못하고, 유권자들에게 어필하지도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사무총장은 “때만 되면 밥퍼주고 시장가서 악수하는 것은 선거에 나서기 전에 해야 할 정치적 활동"이라면서 "지금은 자기의 비전이 무엇이고 가치가 무엇이고 핵심공약이 무엇이고, 정책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야 관객민주주의에서 벗어나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가 된다는게 이 사무총장의 지론이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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