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치적쌓기보다 동참유도…潘총장이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
뉴스종합| 2012-10-29 11:20
특유의 포용리더십 “비판하는 사람도 친구로” 서울평화상 수상
대선 앞두고 방한 국회서 연설도

‘나를 비판하는 사람을 친구로 만들어라.’ ‘일등이 되어라. 2등은 패배다.’

서울평화상 수상을 위해 28일 입국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명언 가운데 언뜻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말이다.

하지만 반 총장은 이 말들을 동시에 실천에 옮겼다. 2007년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선언했을 때, 그의 당선을 점치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런데 2011년 그는 15개 안보리 이사국의 만장일치 추천과 192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첫 임기 동안 그는 ‘친구’를 만들었고, 결국 ‘일등’이 됐다.

그의 첫 임기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6ㆍ25전쟁이나 월남전, 걸프전 같은 전면전은 없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라크 전쟁, ‘중동의 봄’ 등 난제들이 줄을 이었다. 두 번째 임기에 들어서서도 중동의 총성은 끊이질 않고, 선진국들의 경제위기로 극빈국의 기아와 질병도 더욱 기승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국제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다며 반 총장을 비난하는 세계 언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는 홀로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는 ‘치적’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의 행동을 이끌어 내려는 그의 ‘노력’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 11회 서울평화상 수상도 이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한국인’이기도 한 반 총장의 이번 방한은 그 시기가 대선을 불과 50여일 앞둔 때여서 오묘하다. 비판하는 사람을 친구로 만들고, 그래서 일등이 된 반 총장의 성공 스토리는 대선주자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아울러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쏟아내는 대선주자들에게, 지도자 개인의 치적 쌓기보다는 구성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려 노력해온 반 총장의 ‘지난 6년’도 의미심장하게 다가갈 수도 있다.

외국 정상들이 외면해온 우리 국회에서 반 총장이 연설하는 점도 결코 의미가 적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사무총장 재선 직후 연설에서 반 총장은 “유엔이 더 적극적이지 않으면 결코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없다(Seldom has the UN been more relevant, never has it been more necessary)”며 회원국들의 동참을 구했다.

이번 국회 연설은 높아진 국격에 맞게 국회도 세계적 현안에 걸맞은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 담길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 국민이기도 한 반 총장이기에, 그 행간엔 이런 구절이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국회가 국민들의 일에 적극적이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절실한 존재가 될 수 없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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