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광진 의원의 막말과 공인의식
뉴스종합| 2012-10-30 11:20
등장은 화려했다. 젊고 야심차고, 또랑또랑해 보이는 이제 갓 30을 넘긴 그의 등장은 혜성 같았다.

사상 첫 도입된 슈스케 방식의 ‘의원직 쟁탈전’에서 그는 압도적 득표로 1위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화려한 등장만큼이나 그의 추락은 골이 깊다. 민주통합당 청년 비례대표 1번 김광진 의원의 얘기다.

김 의원은 의원이 되기 전 트위터에서 새해 소원을 묻는 질문에 “명박 급사(이명박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라고 답한 글을 리트윗했다. 지난해엔 어버이연합 회원들을 향해 “나이를 처먹었으면 곱게 처먹어…개쓰레기 같은 것들”이라고 남겼다.

과거 발언은 점입가경이다. 지난 2004~2006년 미니 홈피엔 “여자친구 생기면 엄마가 시내에 아파트를 사준대요” “이번 겨울에 저와 터키여행 떠나지 않을래요?”글을 남겼다.

본인은 ‘의원이 되기도 전에’ 있었던 일이라고 항변하고 싶을지 모른다. ‘20대 때 그런 말 안 해봤던 사람 있냐’고 강변하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공인(公人) 중에 공인이다.

9명의 보좌관 식구와 국민들의 세금으로 마련된 한 해 수억원대의 각종 특혜들을 받을 수 있는 자리가 바로 국회의원이다.

사실 좀 더 따지자면 김 의원의 막말은 20대 시절이 치부만이 아니다.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백선엽 장군에 대해 “민족 반역자”라고도 했다.

김 의원의 막말 사태는 그를 선출했던 ‘의원직 쟁탈전’이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나 생각도 든다. ‘슈스케 방식’이 잠깐 인기를 끌자, 민주당은 ‘옳다구나’ 싶어 얼른 이 방식을 도입했다.

그런데 슈스케 방식은 그의 화려한 겉모습은 판단할 수 있겠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걸러내기엔 부족한 ‘필터’로 보인다.

의원직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너무 가볍게 도입한 실험이다. 민주당은 ‘김 의원 사태’로 크게 한방 먹게 됐다. 인기 영합주의 의원 선출 방식을 실험적으로 도입한 것이 결국 ‘실패한 실험’이 된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김 의원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고, 여당은 김 의원의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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