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민의의 전당인 이 자리에 서게 돼 더욱 감회가 깊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30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회를 방문했다. 첫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이 된 후 첫 국회 방문이자, 외빈들의 국회 연설로는 2009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그는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서서 의원석을 향해 벅찬 감회를 밝혔다.
같은 시각, ‘대한민국의 국격’을 입에 달고 다니던 여야 대선주자들은 모두 비공개 일정을 소화하며, 국회를 비웠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이날 오후 2시께야 상암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문재인 민주당 후보 역시 정오께 이뤄진 조국ㆍ이준한 교수와의 대담이 첫 공식 일정이었다.
한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강창의 국회 의장이 국회의원을 대표해 직접 반 총장에게 요청해 국회 연설이 성사된 것”이라며 “한국인으로서 재임까지 성공한 국제기구 수장의 연설장에 여야 대선주자들이 참석하지 않은 게 보기 좋지 않다”고 밝혔다.
국회의원들도 절반 이상 자리를 비웠다. 국회 의사과 관계자는 “본회의가 아니라서 출석체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한눈에 봐도 의원석 곳곳에 무더기로 텅빈 자리들이 많았다.
이날 참석하지 않은 의원들 대부분의 불출석 사유는 ‘지방일정 소화’다. 이달 말 국정감사가 끝난 직후 다수의 지역구 의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 관리를 위해 지방으로 내려갔기 때문.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중앙에서 업무가 거의 끝났으니 지역구 예산도 검토해야 하고 대선 전에 지역구 표심관리도 해야 해서 의원이 지방에 내려가 있다”고 밝혔다.
참석한 의원들마저도 정작 연설에는 무관심한 행동을 보이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부 의원은 반 총장의 연설이 시작된 후에 태연하게 입장하는가 하면 몇몇은 중간에 자리를 뜨기도 했다. 연설 중간에 단상이 아닌 의원석 앞에 놓인 컴퓨터로 인터넷을 검색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드문드문 자리한 의원석과 대조적으로 각국의 대사들을 위해 마련된 대사석과 방청석은 가득 찼다. 자국 출신의 세계적인 지도자를 홀대하는 반쪽짜리 ‘민의의 정당’, 그들의 눈에 어떻게 비춰졌을까. bal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