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3년 3개월짜리 대통령’ 뽑자는 대선주자들
뉴스종합| 2012-10-31 11:41
대통령 4년 중임제·부통령제 도입 등
정치권·학계 등 숱한 검토 무산 외면

朴, 단일화에 집중된 정국 돌파 카드로
文, 安과 정책 선명성 경쟁 기선제압용



정치권의 단골손님 ‘개헌’이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헌법 개정이 필요한 ‘국회의원 숫자 및 권한 조정’을 꺼낸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이어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부통령제 도입’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4년제 중임’을 꺼냈다. 4년 중임제가 실현되려면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이 임기를 2016년 국회의원 임기(5월 31일)와 맞추고 새롭게 대선을 치러야 한다. 3년3개월짜리 대통령이 되는 셈이다.

그동안 정치권, 그리고 학계가 수십, 수백번씩 검토하고 또 초안까지 마련하고도 번번이 정치적 이유로 거절당했던 개헌이 대선주자들에 의해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른 모습이다.

31일 정치권에서는 문 후보의 개헌안에 대해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기선잡기 위한 카드”로 해석했다.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며 국회의원 정수 축소, 힘 빼기를 들고나와 기성 정당인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만든 안 후보를 향해 ‘근본적인 권력구조개편’으로 되받아치기에 나섰다는 의미다. 특히 야권 단일화를 염두에 둔 부통령제 도입을 강조함으로써 시간끌기 중인 안 후보를 강하게 압박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부통령제 개헌 발언은 박 후보가 대선공약 차원에서 먼저 치고 나올 수도 있는 개헌론 카드를 선점하는 한편 안철수 후보와의 공약 경쟁에서 선명성을 확보하는 양수겸장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해석했다.

안 후보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캠프 내 정치혁신 포럼을 중심으로 분권형 중임제 개헌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안 후보 측 관계자는 “큰 틀의 개헌 원칙에 공감한다. 더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의원 정수 축소로 안 후보의 정치개혁 의지를 강조, 선명성을 부각하는데 성공한 만큼, 다른 주자들의 제안에도 긍정적인 모습이다.

그동안 개헌에 소극적이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개헌론에 가세했다. 미국식 “4년 중임제”로 대통령의 임기를 바꾸자는 내용이다. 대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야권 단일화에만 집중된 현 정국을 ‘개헌’으로 풀겠다는 의도로 정치권은 해석했다. 정책이나 안보 같은 이슈에 둔감해진 정치인들과 국민들에게 ‘권력자의 임기’만큼 민감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이미 국민들의 70%가 찬성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반면 (야당 및 안 후보의 개헌안은) 진정성이 좀 얕아보인다”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동안 캠프의 러브콜에도 꿈쩍조차 안했던 이재오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개헌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분권형 4년 중임제 개헌 없는 중임제 개헌만 한다면 3선 개헌의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즉각 반응했다. 개헌을 고리로 후보의 측면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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