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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거리로 전락한 ‘문화의 거리’ 인사동
뉴스종합| 2012-11-01 12:07
전통상점보다 화장품 가게 즐비
외국 관광객들 실망 발길 돌려


“여기가 인사동인가요, 명동인가요?” 서울 종로구 인사동을 찾은 전차희(28ㆍ여ㆍ회사원) 씨는 즐비하게 늘어선 화장품가게를 보고 어리둥절했다. 대표적 한국의 전통문화 특화지역인 인사동을 찾았지만 전통물품ㆍ조각품 등 한국 문화와 관련된 가게들보다는 ‘○○’ ‘×××’ 등의 간판을 내건 화장품가게들이 더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2가에서 안국동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인사ㆍ낙원동 일대는 지난 2002년 전국 처음으로 문화지구로 지정된, 대표적인 전통거리다.

하지만 인사동 거리는 현재 ‘전통문화의 거리’란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화장품매장은 물론, 커피전문점과 최신 유행 옷 등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다.

서울시는 2002년 ‘서울시 문화지구 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를 지정하고 인사동의 문화관광성을 높이기 위해 단란주점ㆍ의류잡화점 등 금지 업종(비권장 업종)을 지정했다. 하지만 이미 개업한 업소에 대해서는 막을 방법이 없고, 금지 업종에 포함되지 않는 화장품가게ㆍ마사지업소 등 비문화업소들이 속속 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이곳을 찾아 한국의 전통문화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은 실망한 채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김명혜(42ㆍ여) 씨는 “인사동 거리에서만 볼 수 있는 가게ㆍ문화 등을 기대하고 부산에서 올라왔지만 화장품가게ㆍ커피전문점 등을 보니 대체 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외국인들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다. 일본인 사토미(25ㆍ여) 씨는 “가이드북에서는 인사동에서 한국의 전통을 느낄 수 있다고 했는데, 화장품이나 옷가게만 보이는 것 같다”며 “명동, 동대문과 다른 것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0월 31일 현재 인사동 거리에 있는 화장품가게는 총 11곳에 달하며,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자 각 화장품업체가 앞다퉈 입점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로구 문화공보과 관계자는 “문화지구 조례 개정을 통해 화장품업 등이 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서상범 기자>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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