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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로만 버티는 '간장녀'…결혼해도 부모와 사는 '빨대족'
뉴스종합| 2012-11-01 11:56

경기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소비를 줄이는 ‘간장녀ㆍ간장남’들은 물론, 생활비를 아끼려고 부모님 품으로 돌아가는 ‘연어족’이 늘고 있다. 또 청년실업 등으로 30대 이후에도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계속 받는 소위 ‘빨대족’도 증가 추세다.

직장에서 짠순이로 통해 ‘간장녀’로 불리는 안모(33ㆍ여) 씨는 커피숍에 갈 때마다 쿠폰을 항상 챙기고, 점심은 도시락이나 김밥으로 간단히 해결한다. 화장품도 샘플을 주로 쓴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할부로 자동차를 구입했지만 이마저도 얼마 전에는 팔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 있는 회사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그는 다음달부터는 월세를 아끼려고 아예 부모님 집에 다시 들어가 살기로 결정했다. ‘연어족’이 되기로 결심한 것.

안 씨는 “평범한 직장인이 과시적 소비를 하는 된장남ㆍ된장녀로 산다면 고물가에 빚만 늘기 십상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짠돌이ㆍ짠순이’가 돼야 10만원짜리 적금 하나라도 들 여력이 생긴다”며 “회사에서 멀어도 부모님 집에 다시 들어가면 월세를 아껴 결혼자금을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모(38ㆍ여) 씨 역시 전업주부로 살다가 최근 맞벌이를 시작하면서 친정 부모님과 살림을 합쳤다. 그는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아이들 교육비 때문에 재취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취업이 어려워 대학원 진학을 택한 곽모(28) 씨는 “빨대족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싫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한숨지었다.

서울시가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 등의 자료를 분석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구주인 부모와 동거하는 30~40대 자녀가 2000년 25만3244명에서 2010년 48만4663명으로 10년 새 91.4%(23만1419명) 증가했다.

또 지난해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가구주인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사는 이유로 ‘자녀가 경제적 이유 등으로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가 29%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손자녀 양육 등 자녀의 가사를 돕기 위해서’가 10.5%로 뒤를 이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 실업 문제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연어족이나 빨대족의 증가가 부모들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장기 불황으로 인해 청장년층도 힘들고 노후 준비가 제대로 안 된 베이비붐 세대 부모도 같이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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