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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마다 돌직구…文 ‘盧와 닮은꼴’ 승부수
뉴스종합| 2012-11-01 11:14
박근혜 캠프 제안 즉각 받아들여
安엔 “1대1 TV토론 벌이자”

평검사대화·대연정·개헌 제안
노무현式 스타일 이어갈지 주목

“투표시간 연장과 맞교환은 정략적”
당황한 與 지도부, 즉각 말 바꿔



“대선 국고보조금 152억원 포기할 수도 있다. 투표시간 연장안을 받아라.”(박근혜 후보를 향해)

“1대1 TV토론을 벌여 국민에게 누가 단일후보로 적합한지 평가받자.”(안철수 후보를 향해)

‘신사’라는 별명이 붙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고비고비마다 상대의 허를 기습적으로 찌르는 ‘승부수’를 띄워 그의 정치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치 계급장 떼고 난국을 정면돌파해 ‘정치9단’이라는 평가를 받은 ‘노무현식 승부’의 첫 장면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문 후보가 지난달 31일 새누리당의 ‘먹튀방지법’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안 후보 측은 ‘환영’ 입장을 내놨다.

진선미 대변인은 이날 “문 후보의 결단에 따라 후보 중도사퇴 시 선거보조금 미지급 법안을 수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은 투표시간연장법안 통과와 대선후보 사퇴 시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먹튀방지법’을 동시에 처리키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문 후보가 전격 수용한 것이다.

문 후보의 ‘승부수’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문 후보의 ‘수용’ 발표 이후 “두 사안을 맞교환하자는 것은 정략적 접근 아니냐”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공보단장의 발언과 정면배치되는 언급이다.

또 이날 박선규 새누리당 대변인은 공개 생방송 토론에서 ‘당의 입장’임을 밝히고 투표시간연장방안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 내부에서조차 의견조율이 안된 발언이 쏟아지고 있는 것.

안 후보와의 단일화 측면에선 문 후보의 이번 결정은 “나는 사퇴를 안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배수의 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한차례 ‘문재인펀드’로 사퇴 가능성이 없음을 밝힌 바 있는 문 후보가 ‘먹튀방지법’을 수용함으로써 스스로의 퇴로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문 후보가 대선후보직을 사퇴할 경우 펀드 가입자는 투자비용을 고스란히 날려야 하고 민주당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먹튀방지법’을 문 후보가 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투표시간연장방안’과 함께 처리하자는 제안을 했을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문 캠프 고위관계자는 “아마 새누리당은 문 후보가 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던졌을 것이다. 이제 와서 슬쩍 말을 바꾸는 것은 국민에 대한 사기”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문 후보의 ‘승부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읽어내기도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검찰개혁 논란이 뜨겁자 ‘평검사와의 대화’를 했고, 집권 중반기엔 ‘대연정’ 제안으로, 집권 하반기엔 ‘개헌’ 제안으로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을 ‘자중지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특히 개헌과 관련해선 한나라당은 당내 ‘찬성’ 입장 의원에게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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