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경기도 파주 운정3지구에 풀린 토지보상금이 예상보다 크게 밑돌면서 은행권의 토지보상금 유치 경쟁도 활기를 잃고 있다. 때맞춰 출시되던 토지보상금 특판상품은 자취를 감췄고 지역본부 차원에서 추진하던 판촉활동도 대폭 줄었다. 일각에선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빌려준 대출금의 회수을 걱정해야 될 판이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파주 운정3지구에 배정된 토지보상금은 약 3조원 안팎. 현지인과 외지인으로 나눠 각각 현금과 채권(5년 만기)으로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초부터 인근 지역에 ‘천막 점포’를 차려 수신 고객 유치에 들어갔지만 예상보다 낮은 토지보상금에 지주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보름간 A은행이 유치한 예금액은 1억4000만원, 25계좌에 불과했다.
B은행 관계자는 “보상금이 기대치에 못 미쳐 지역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서 “운정1지구 때보다 보상금이 많이 깎여 재감정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부 금융회사는 추가로 땅을 산 지주에게 빌려준 대출에 문제가 생길까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C은행 관계자는 “보상금만 믿고 뒤늦게 높은 가격에 토지를 매입한 사람들은 대부분 대출을 많이 썼다”면서 “보상을 받고도 (대출 상환금이) 몇 천만원씩 모잘라 주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신규 영업을 접은 분위기다. 은행 본점의 관심사에서 멀어지면서 토지보상금을 우대해준 금융상품은 사라졌고 무료로 진행해준 재무컨설팅도 찾아보기 어렵다. D은행 관계자는 “과거처럼 각 은행들이 수신을 끌어모아야 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유일하게 우리은행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사이버증권계좌와 연결된 ‘우리 토지보상금 우대통장’을 출시했다. 토지보상채권을 수령하는 고객이 편리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고 채권 할인시(현금화) 할인율을 우대해준다.
‘우리 토지보상금 우대예금’은 최고 연 3.4%의 금리를 제공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도권에 연말까지 5조원 규모의 토지보상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원스탑 금융서비스’로 신규 고객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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