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는 6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조수미의 콘서트 ‘La Luce(라 루체)’는 대중성을 갖춘 풍성한 클래식 콘서트였다. 오페라 아리아, 오케스트라의 클래식곡 연주, 뮤지컬, 합창곡, 탱고, 재즈 등 다양한 곡들로 꾸며졌고 오케스트라, 오페라, 대중음악의 콘서트와 솔로 리사이틀이 한데 모인 특별한 무대였다.
이번 콘서트에는 최고의 뮤지컬 배우 옥주현과 임태경, 방성호가 지휘하는 50인조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La Luce’, 광명시립합창단과 코리아헤럴드 유소년 영어합창단이 함께해 규모있고 다양한 무대를 만들면서 감동을 안겨주었다.
공연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만드는 웅장함이 넘치는 ‘카르미나 부라나’ 중 ‘오 운명의 여신이여(O Fortuna)’로 문을 열었다. 연분홍빛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조수미는 크루토이의 ‘천사는 떠나가고(Angels pass away)’로 천상의 목소리를 선사했다.
[사진=SMI엔터테인먼트] |
이어 관객의 환호 속에 등장한 임태경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삽입곡 ‘그 밤의 노래(Music Of The Night)’를 불렀다. 이어진 ‘달까지 날아 갈게요(Fly Me To The Moon)’에서 그가 보여준 무대는 클래식 콘서트라기 보다 대중적인 재즈 콘서트에 더 가까웠다. 노래 중간 임태경의 몸짓은 관객에게 깜짝 즐거움을 줬고 그런 모습에 관객은 환호할 수 밖에 없었다.
조수미는 오페라 ‘그대를 사랑해’를 임태경과 듀엣으로 호흡을 맞췄고 조수미의 익살스런 손수건 퍼포먼스 역시 공연의 백미였다.
1부의 마지막을 크루토이의 곡 ‘환희의 조화(Harmony Of Joy)’로 꾸민 조수미는 합창단과 함께 조화의 감동을 전했고 푸른색 조명과 푸른색 드레스, 빠르게 지나가는 영상이 함께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2부는 오케스트라의 연주, ‘아침의 정경’과 광명시립합창단의 ‘세상의 아름다움을 위해(For The Beauty Of The Earth)’로 시작했고 옥주현의 노래, 뮤지컬 ‘엘리자벳’ 중 ‘나는 나만의 것’이 이어졌다.
조수미는 옥주현, 코리아헤럴드 유소년 영어합창단과 함께 ‘아들과 딸(Sons and Daughters)’을 불러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고 어린이들이 전하는 화음은 양념처럼 공연의 맛을 더했다.
오케스트라의 ‘지옥의 오르페우스’ 중 ‘캉캉’과 반도네온 주자와 함께 한 ‘레드 탱고’로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를 이어간 공연은 조수미와 옥주현, 임태경이 함께 한 ‘그렇게 당신을 사랑해요(Ti Amo Cosi)’에서 절정을 이뤘다. 두 여자가 임태경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을 연출했고 마지막까지 익살스런 퍼포먼스로 재미를 선사했다.
조수미는 도니제티의 오페라 ‘샤무니의 린다’ 중 ‘내 마음의 빛’으로 무대를 마무리했고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서 기교와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줬다. 음정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의 목소리는 관객의 숨을 멎게 할 정도로 감동을 안겨주었다.
클래식 음악가가 대중음악을 하는 것은 일종의 외도라고 여겨지지만 조수미의 외도는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짚어내고 오랜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의 이번 공연 역시 여러 장르의 접목으로 관객에게 보다 ‘가벼운’클래식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 순간들이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