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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민심 ‘캐스팅 보트’는 이희호 여사?
뉴스종합| 2012-11-09 08:52
[헤럴드경제ㆍ광주=양대근 기자] “저 분(이희호 여사)을 보니 아직도 마음이 짠하다.”

여든을 넘긴 할머니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한 말이다. 8일 광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2 광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의 주인공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었다.

이 이사장은 ‘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과 중국의 시에페이(Xie Fei) 감독에게 영화제 최고상인 ‘김대중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 위해 자리에 참석했다. 얼마전 91세 생일상을 맞았던 이 이사장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축사를 마쳤다.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부인 김정숙 여사, 그리고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아내 김미경 교수도 함께 참석했다. 하지만 광주시민들은 대선주자들 못지 않게 이 이사장에게도 뜨거운 관심과 박수를 보냈다. 몇몇 중장년 관람객들은 이 이사장을 보자 눈시울을 적시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호남에서 ‘DJ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대목이었다. 새누리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호남 표를 위해) 이희호 여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농담섞인 말이 돌기도 했다.

대선주자들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문 후보와 김 교수는 이날 이 이사장의 마음을 얻기 위해 ‘구애 경쟁’을 펼쳤다. 양측은 영화제 시작 전부터 직접 이 이사장을 의전하면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축사에서 문 후보와 김 교수는 “각별히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호남은 민주당의 전통기반으로 통해 왔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호남홀대론’과 ‘안철수 효과’의 등장으로 호남 민심은 요동쳤다. 한때는 안 후보가 문 후보를 호남에서 15% 포인트 이상 앞서기도 했지만, 안정적인 조직력을 가진 민주당이 분전하며 현재는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민주당은 호남 지역에서의 역전을 자신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총출동해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섰다. 또한 이 이사장이 문 후보에게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랐는데, 오바마 후보가 당선이 됐다. 우리도 미국처럼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네자 고무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안 후보 역시 호남 지역 수성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전남대 강연에서 “광주가 변화를 만들어달라”면서 호남의 변화 의지를 자극했다. 전남 순천 태생인 아내 김 교수도 이 이사장을 직접 방문하고 광주와 호남 등지를 돌면서 활발한 지원사격을 하는 중이다.

단일화 시한인 11월 25일이 다가올수록 양측의 호남 쟁탈전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이사장을 향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구애작전’도 주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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