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탁재훈에 대한 오해와 진실
엔터테인먼트| 2012-11-11 08:16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탁재훈(44)이 맡고 있는 주간 고정프로그램만 8개다. KBS ‘승승장구’, MBC ‘승부의 신’, Mnet ‘비틀즈 코드 시즌2’, E채널 용감한 토크쇼 ‘특별기자회견’ 등 8개의 고정물을 소화하려면 개인 생활이 없을 정도다. 탁재훈은 “이렇게 많은 프로그램을 맡은 건 처음이다”면서 “힘들기도 하지만, 방송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다. 학교 다닌다는 생각으로 방송한다. 몸은 피곤해도 새로운 경험을 하니까 좋다”고 말했다.

나는 ‘특별기자회견’ 출연자로서 지난 4개월간 남희석과 함께 공동MC를 맡은 탁재훈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방송 준비를 열심히 해오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많은 이야기를 하기보다 게스트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었다. 누구보다 성실히 방송에 임했다. 만나서 대화해 보면 정중하고 낯도 가리며, 까부는 성격도 아니다. 그는 ‘상상플러스’가 방송되는 5년3개월 동안 단 한 번도 녹화에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에서 보여지는 탁재훈은 그렇지만은 않다. 가끔은 깐족대며 성의 없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깐족거림의 빈도 수가 많아지면 ‘나쁜 진행’이라는 소리도 듣게 된다. 이에 대해 탁재훈은 “나에 대한 오해가 있음을 안다”면서 “하지만 최선을 다하려 하고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도 있다. 털털하고 쿨하게 보이는 게 어렸을 때부터 부러워 보였다. 그래야 상대방이 부담을 안 가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쁜 진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스트에게서 별 게 안 나오면, 너무 평범하거나 단답형 답변일 경우 제작진이 좀 더 뽑아 달라고 할 때가 있다”면서 “이때는 조금 더 건드려 주면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간혹 편집으로 그런 부분들만 모아져 방송될 때는 나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탁재훈은 예능에서 사람을 웃기는 데는 최고의 재치를 지녔다. 이 점은 박명수도 인정했다. 특히 흘러가는 상황에서 순간적인 포인트를 잡아내는 순발력과 감각은 천부적이라 할 정도다. 하지만 리얼 예능물들이 관계망을 중시하는 추세에 ‘안 받아 주는 예능’의 느낌이 나는 탁재훈은 세(勢)를 형성하기는 어려워 ‘독립군’ 느낌이 난다.

“안 받아 주는 게 아니라 장난치는 거다. 게스트가 ‘왜 안 받아 주세요’ 하면 나는 ‘오늘은 못받아 주겠습니다’고 한다. 진짜로 안 받아 주는 사람은 이런 말을 못한다. 이건 진짜 받아 주는 거다. 그런데 장난이고 예능이다 보니 내가 안 받아 준다는 게 포인트가 됐다. 내가 어려우면 상대도 ‘왜 안 받아 주세요’라는 말을 못한다.”

그렇다면 탁재훈의 예능 스타일은 어떤 것일까. 본인에게 물었다.

“저는 고정된 스타일이 없다. 그 분위기, 그 트렌드를 따라간다. 과거 코드에 갇히지 않는다. 머무르거나 정체하지 않는 무정형이다. 여기 가면 여기서 어울리고, 다른 콘셉트에서는 그 분위기를 따라간다. ‘승승장구’에서는 사람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비틀즈 코드’에선 철없이 보일 만큼 웃고 떠든다. ‘분노왕’에서는 게스트의 사연에 분노한다. ‘특별기자회견’에선 기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일주일이 그렇게 간다.”

이렇게 많은 프로그램을 하면 스트레스는 안 받을까. 그는 “매번 녹화 때마다 다른 색깔을 만들어야 하니 가끔 헷갈릴 때도 있다. 방송하며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걸 습득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푼다”고 말했다.


탁재훈을 말하면서 ‘상상플러스’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탁재훈이 프로그램의 70% 정도를 끌고갔다. 그때는 자신의 기를 눌러 주는 콤비 신정환도 함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상플 때와는 많이 다르다. 그때는 프로그램을 많이 안 했다. 그때는 잘 모르고 설친 느낌이다. 그런데도 잘 됐다. 허세고 허풍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배우는 느낌이다. 지금은 아주 잘 되지는 않지만 좀 알고 자신감도 생겼고 내 것, 내 색깔을 칠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탁재훈은 초ㆍ중학교 시절엔 존재감이 없었다고 했다. 웃기는 재주가 없었다. 교사가 우등생과 부잣집 아들을 좀 더 예뻐해 주는, 그런 시대를 감수하면서 자란 세대라고 했다. 그는 “당시 나는 관심 못 받는 평범한 학생이었다”면서 “하지만 고교(충암고) 때부터 달라졌다. 친구들끼리 노래를 배우고 기타도 쳤다. 나쁜 쪽으로는 안 빠졌다”고 말했다.

탁재훈은 예능MC 외에도 가수, 영화배우로도 활동하는 만능엔터테이너다. 영화 ‘가문 시리즈’에서 코믹배우로 활동했고 ‘내 생애 최악의 남자’ ‘어린왕자’에선 주연을 맡았다. 노래도 컨추리꼬꼬 시절 많은 히트곡을 내놨고, 솔로가수 ‘S.Papa’로 활동하며 2004년 내놓은 발라드곡 ‘ 참 다행이야’는 큰 반응을 낳았다.

“코미디 영화도 좋지만 다른 캐릭터 연기도 하고 싶다. 진정성도 있고 작품성도 있는 영화였으면 한다. 지금은 내 방송 이미지와 안 맞아 그런 이미지가 자리잡기까지 기다리고 있다. 노래도 포기한 건 아니다. 얼마 전 캔의 배기성이 자신의 감성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발라드 가수가 별로 없다고 하더라. 일본에도 나가부치 쓰요시의 대를 이을 가수가 없다. 노래를 잘 하려고 하지는 않는데, 사람들이 그냥 빠져들 수 있는 가수를 말한다. 박상민이 그런 가수인데 후속 히트곡이 없다.”

탁재훈은 성실하면서도 의욕이 많은 사람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문화평론가 정덕현이 보는 탁재훈

말만 보이고 땀이 잘 안 보인다. 오해 사기에 딱 좋다. 이 점은 김제동, 김용만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이 유형의 특징은 모두 ‘한입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토크쇼 진행자는 말을 잘 해야 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게 “어, 말만 하면서 돈 벌어 가네”하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이 반대가 김병만이다. 땀이 보이고 말은 잘 안 보이는 형이다. 요즘은 이게 더 잘 먹힌다. 탁재훈은 토크쇼 진행자로는 뛰어나다. 하지만 상대가 나오면 장난을 치면서 웃기는 스타일이라 오해를 받을 때도 있다. 김준호도 장난을 치지만 자신을 망가트려 웃음을 준다. 탁재훈은 이 부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