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네슬레, 인도 모가에 낙농기술…빈농, 세계적 부농이 되다
뉴스종합| 2012-11-13 12:03

사회공헌도 투자개념으로 인식
새로운 사업기회발굴 ‘CSV’로 전환

농작물 재배 슈퍼 머니메이커 펌프
CSR ‘적정기술’의 대표적 사례로

스타벅스 ‘CAFE’의 공정무역 큰몫
커피빈등 경쟁사 너도나도 동참유도

사회적기업 경영컨설팅 SK프로보노
사회적 약자 위한 무료변호도 활발



기업사회공헌(CSRㆍ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 일자리 제공만으로도 기업의 CSR가 의미가 있었고 사회 관련 법규만 지키더라도 기업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의식이 공익을 생각하게 되고 관련 정보의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CSR는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바뀌었다. 기업으로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분야로 CSR가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사회적 가치평가 분야의 선도적인 전문가인 제이슨 사울(Jason Saul)은 ‘CSR 3.0’이라는 책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회로 여기는 기업들만 향후 10년 이후의 미래를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부와 자선의 ‘CSR 1.0’, 노동ㆍ환경 등의 법적 규제를 지키는 ‘CSR 2.0’을 넘어 사회문제에서 오히려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내는 ‘CSR 3.0’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설명. 본지는 단순한 사회 참여를 넘어 사회 발전과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을 ‘복지기업 3.0’으로 명명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정보센터와 함께 우리나라 기업사회공헌의 현주소와 남은 과제 등을 짚어본다.

스위스 식음료 업체인 네슬레는 오래 전부터 새로운 모습의 CSR를 실천하고 있다. 네슬레가 원유를 공급받고 있는 곳은 인도 모가 지역. 네슬레는 50년 동안 이 지역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네슬레가 투자를 시작할 당시 이 지역의 송아지 사망률은 60%에 이르렀다. 또 관개시설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네슬레는 전문가를 파견해 젖소 관리에 필요한 기술을 전수해줬다. 축산 농가에는 자금도 지원했다. 그 결과 처음에 180곳에 불과하던 원유 공급 농가가 75000곳으로 늘어났으며, 젖소 농가의 우유 생산성도 50배나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인도 전역에 네슬레 제품 판매 증가가 뒤따랐다.
 
 
① 저개발국 여성과 아이를 위한‘ 자전거 세탁기’. ② 정수기능이 있는 ‘라이프스트로’. ③ 굴리는 물통인‘ Q드럼’. ④ 불공정한 수익 배분을 고친‘ 공정무역 커피’.
이는 사회공헌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생각하는 공유가치경영(CSVCreating Shared Value)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단순히 부가가치의 일부를 떼어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방향의 사회적 책임 실행을 의미한다. 경영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털 하버드대 교수가 전도사로 나선 CSV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새로운 CSR는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케냐의 킥스타트가 개발한 슈퍼 머니 메이커 펌프(Super MoneyMaker Pump)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적정기술은 그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슈퍼 머니 메이커 펌프는 이 지역의 농부들에게 척박한 땅에도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십만명을 빈곤에서 탈출시킬 수 있었다.
 
 
이 같은 적정기술로 만들어진자전거 세탁기는 저개발국가 여성이나 아이들이 빨래하는 데 들이는 수고를 줄여줬다. 또 정수기능이 있는 빨대인 라이프 스트로는 아프리카 지역민들의 수인성 질병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굴리는 물통인‘ Q드럼은 하루 종일 물을 길러 다니는 아이들에게 학습 시간을 제공했다. 아이들의 놀이기구를 동력수단으로 해서 지하의 물을 끌어올리는플레이 펌프도 적정기술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공정무역(Fair Trade)도 새로운 CSR의 한 형태이다. 공정성을 추구하는 국제무역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생산자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공헌하는 무역을 말한다. 1000원짜리 초콜릿 판매로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달랑 20원이고, 5000원 커피로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10원이라는 극도의 불공정한 수익 배분을 개선하는 무역형태이다.
 
 
일례로 스타벅스는 공정무역 인증 커피를 공급하는 CAFE(Coffee And Farmer Equity)를 통해 86%의 원두를 구매하고 있으며, 오는 2015년까지 그 비율을 100%로 올릴 계획이다. 이런 모습은 스타벅스에 매출 증가를 가져다줬으며, 다른 경쟁기업인 카페베네, 커피빈 등도 공정무역을 통해 커피를 생산하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 저소득 계층을 뜻하는 BOP(Bottom of the Pyramid)를 위한 제품 개발도 CSR의 한 분야로 이해된다. 전 세계 인구 중 40억명 정도가 연소득 2500달러 미만의 저소득층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이들이 가진 사회적 문제인 영양, 보건, 위생 등의 생활 기반이나 교통수단, 의약품을 중심으로 제품개발 및 마케팅을 펼치는 전략을 말한다. 인도 타타자동차의 2500달러 자동차, 일본 혼다의 5만엔 이하 오토바이, 삼성메디슨의 저가 의료기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익숙한 프로보노(Probono)도 부상하는 CSR의 한 부문이다. 이는 미국 변호사들이 행하는 사회 약자를 위한 무료변호활동을 칭하는 것으로‘ Pro Bono Publico(for the public good)’라는 라틴어를 줄여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를 재능봉사로 해석할 때 도배, 촬영, 악기레슨, 이발, 마사지, 의료 등 다양한 활동이 프로보노로 볼 수 있지만, 미국의 예와 같이 사회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부가가치 높은 봉사활동으로 의미를 좁힐 경우 기존 봉사활동과는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 프로보노활동은 전문성에다 책임성까지 강한 활동이라는 점에서 재능봉사와 구분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3년 전 SK프로보노가 창단, 사회적기업에 대한 경영컨설팅과 법률자문이 이뤄지고 있다. 삼성그룹 법무팀도 1990년대 말부터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무료변론을 해오다 2006년부터는 삼성법률봉사단을 정식으로 만들어 프로보노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정보센터 임태형 소장은그동안 기업에 의무감으로 다가왔던 사회공헌활동이 점차 자선 개념에서 투자 개념으로, 시혜에서 참여로, 사회적 성과와 지역사회의 발전과 변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도제 기자>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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