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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에서 ‘왕따(?)’당한 이정희, 왜?
뉴스종합| 2012-11-13 10:34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영화 ‘남영동1985’의 VIP시사회가 열린 12일 서울 삼성동의 한 영화관. 이곳에는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넋을 추모하기 위해 야권의 대선후보들이 집결했다. 후보들은 서로 사이좋게 포토월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그런데 유독 한 후보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바로 이정희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 대선후보였다. 이 후보는 다른 대선주자들과 악수도 하지 않은 채 홀로 사진을 찍었다.

이 후보의 어색한 모습은 ‘진보당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 9월 25일 “민중의 삶을 지키겠다. 진보의 심장이 다시 뛴다”면서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4ㆍ11 총선 관악을 선거에서 ‘경선 조작’ 의혹과 당내 비례대표 부정 경선 논란으로 스스로에게 ‘침묵의 형벌’을 내린 뒤 반년여만의 등장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진보의 아이콘’이란 말 대신 ‘정파의 아이콘’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니고 있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해 언론과 범야권지지층ㆍ시민사회진영ㆍ학계는 이러한 그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문재인 대선후보는 “국기나 애국가를 부정하는 정치세력과 정치적 연대할 생각이 없다”고 배제 의사를 강력히 피력했다. 반면에 진보당 탈당파인 ‘인천연합ㆍ참여당계ㆍ새진보통합연대’ 측이 만든 진보정의당과 심상정 대선후보는 야권단일후보와의 공조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 후보와 진보당이 1997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오른쪽)가 12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영화관에서 열린 ’남영동 1985’ 시사회에 참석,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인터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현재 이 후보의 대선 지지율은 1%를 넘지 못한다. 리얼미터가 지난 8∼9일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자대결에서의 지지율은 0.2%까지 떨어졌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출마선언 직후 한때 5.2%까지 지지율이 치솟기도 했지만 좀처럼 반등의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진보당은 ‘독자노선의 길’을 강화해가고 있다. 이 후보는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정치개혁안이 알려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엘리트 정치, 선거 때 모금파티하는 미국식 금권정치가 눈 앞에 어른거렸다”고 비판했고, 부산시당 선대위 발족식에서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과 관련 야권후보들과 대립각을 세웠다.

주목할 부분은 이 후보가 가진 지분이 이번 대선의 당락을 가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야권후보 입장에서는 향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단일후보의 대결은 ‘51대49’의 대결이 유력하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 후보와 손을 잡을 경우에,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진보당은 작년 12월 “대중적 진보정당의 시대를 열겠다”며 야심차게 창당했다. 하지만 ‘통진당 사태’ 이후 분열과 반목을 거듭하면서 도로 ‘그들만의 정당’으로 축소됐다. 향후 야권단일후보가 이 후보를 놓고 어떤 묘수를 꺼내들 지 이번 대선을 보는 또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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