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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재능 만원에 팝니다”
뉴스종합| 2012-11-13 12:08
모바일 전용 재능거래 앱 ‘잘리’
사진촬영 서비스 필요한 사람에
재능인 노하우 매칭해주는 방식
쇼핑·다이어트트레이닝 등 다양

일상속 재능 저렴한 가격에 거래
국내선 크몽·아이끼닷컴 성업


#1. 외국계 PR대행사에서 수입차 홍보를 맡고 있는 김철민(30ㆍ가명) 씨. 그는 비즈니스 미팅이 잦고, 크고 작은 프로모션 행사를 준비하다 보니 상황과 만나는 사람에 맞게 옷차림에 신경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바쁜 업무로 쇼핑이나 스타일 연구에 긴 시간을 투자할 수 없어 김 씨는 시간당 1만원에 개인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했다. e-메일로 전신 사진과 신체 부위별 크기, 업무 환경, 선호하는 색상 등 김 씨의 정보를 보내면 스타일리스트가 추천 코디 목록을 준비해와 함께 매장 곳곳을 다니며 옷을 고르는 방식이다. 김 씨는 단 2시간만 투자해 자신이 원하는 비즈니스 캐주얼 스타일 슈트 두 벌과 이에 어울리는 안경, 구두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2 해마다 해수욕장에서 꼭 비키니를 입겠다고 다짐했지만 매번 실패했던 황미옥(33ㆍ가명) 씨. 그러던 황 씨는 지난여름 뱃살 빼기에 성공하고 당당히 비키니를 입었다. 비결은 1대1 맞춤형 몸짱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온라인을 통해 전문 트레이너로부터 두 달간 식단과 일별 운동 프로그램을 받아 실천했다. 중간에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트레이너와 e-메일로 상담을 받고 프로그램을 보완했다. 헬스클럽과 요가학원에 수십만원을 들여도 실패했던 뱃살 빼기를 황 씨는 단돈 5000원으로 달성했다.

당신이 옷 잘 입는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만날 살 빼자면서 오늘도 야식을 찾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스타일, 다이어트 전문가를 내 옆에 붙여서 1대1로 코치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를 어디서 어떻게 섭외할지도 막막하고, 유명한 전문가들의 코치 비용을 감당하기도 벅차다.
 
재능거래 사이트 시크릿구루 홈페이지 화면. 각 재능별로 판매자들이 제시한 내용과 가격을 보고‘ Details’ 버튼을 누르면 세부 설명을 볼 수 있다.                                       [사진출처=시크릿구루]

그래도 세상은 넓고 숨겨진 고수들은 많다고 했던가. 좀 더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각 분야 특기를 갖고 있는 고수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요리, 미용, 음악, 운동, 디자인, 여행, 인테리어 등 분야를 막론한다. 무대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마켓이다. 자신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정 비용을 받고 비법과 노하우를 제공한다. 이들은 누군가에게 ‘달인’이며 ‘나만의 멘토’다. 이렇듯 오픈마켓을 통해 특기를 사고파는 시장이 형성되면서 이른바 ‘재능 거래’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재능 거래 사업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소규모 벤처기업에서 시작됐다. ‘태스크래빗’은 가구 제작 등 일상 속 재능을 평균 30달러 내외의 비용으로 거래할 수 있는 사이트다. 3년째로 접어든 지금 월 평균 3000건 정도 거래되고 있고, 최근에는 유명 벤처캐피털로부터 500만달러를 투자받기도 했다.

모바일 전용 재능 거래 서비스인 ‘잘리’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가령 사진촬영 서비스를 시간당 10달러에 제공받길 원한다는 메시지를 앱에 올리면 해당 재능인을 잘리가 매칭해준다. 잘리는 서비스 개시 이틀 만에 100만달러의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세계 전자상거래 1위 기업 이베이가 지난달 ‘시크릿 구루’를 도입하면서 재능 거래 서비스는 주류 무대로 올라섰다. 현재 30여명의 구루(재능 판매자)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프로필과 재능에 대한 설명과 함께 활동 사진들을 올려놓았다.

국내는 1년 전부터 ‘크몽’ ‘아이끼닷컴’ 등의 사이트에서 재능 거래가 시작됐다. 랭키닷컴 1위인 크몽은 현재 2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고, 월 3000만원가량 거래액이 발생한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 또한 재능 거래 서비스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역시 재능 거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류정일ㆍ정태일 기자>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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