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80억원이란 거액을 한화 이글스의 눈 앞까지 끌어온 류현진(25)이 이제 본격적인 연봉 협상에 나선다.
류현진은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출국해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와 구체적인 연봉 협상 전략을 짠다. 앞서 LA다저스는 포스팅 시스템에 따라 류현진에 포스팅 사상 역대 4번재로 높은 2570만 달러를 적어내 우선협상 권한을 얻었다. 이는 류현진을 내준 대가로 한화에 건네는 돈으로 류현진 본인을 위한 협상은 이제부터다.
▶노화된 마운드 생기 불어넣을 젊은 피=류현진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서도 충분히 위력을 발휘한 좌완 투수다. 협상의 귀재로 통하는 보라스는 이 점을 강조하며 LA다저스를 설득하고 있다. 보라스는 “시속 150㎞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 투수는 흔치 않다”며 류현진을 한껏 치켜세웠다.
LA다저스가 팀을 재정비하기 위한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세운 점도 류현진을 유리하게 이끈다. 클레이튼 커쇼(14승9패) 등 10승 이상 선발투수가 4명이나 될 정도로 올 시즌 안정적으로 선발진을 꾸렸지만 대부분 30대 중반을 넘긴 탓에 ‘젊은 피’가 절실하다.
이는 그만큼 다년ㆍ장기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작 1~2년만 쓸 생각이었다면 2570만 달러란 액수를 제시하진 않았을 것이다. 장기계약을 하면 연봉 총액은 높아지지만 평균 연봉은 낮출 수 있다는 점도 LA다저스의 고려 사항이다.
앞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 투수의 경우 포스팅 금액과 비슷한 연봉 총액을 기록했다.
▶LA다저스의 불행은 류현진의 행복?=협상의 원칙은 여유와 약간의 허세다. 보라스는 류현진을 3선발급이라고 자신하면서 2년 뒤 FA 때 계약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을 흘렸다. FA가 되면 몸값이 더 뛸 것이 뻔하니 좋은 상품(류현진)이 나왔을 때 잡으라는 것이다. 당장 선발진 보강에 애태우는 LA다저스의 심정을 꿰뚫은 것이다.
LA다저스도 만만찮다. 스탠 카스텐 사장은 올해 윈터미팅이 끝난 뒤에 류현진과 계약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윈터미팅은 다음달 7일(한국시간) 끝난다. 협상 마감시한은 다음달 12일까지다. 류현진을 놓고 벌이는 수천만 달러의 머리 싸움은 닷새 안에 결판을 내야 한다.
윈터미팅은 매년 겨울 메이저리그 30개 팀 구단주와 단장 등이 모여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자연스럽게 이적과 FA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성사될 수도 있다.
LA다저스는 이 기간에 류현진에 버금가는 전력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만약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류현진의 입지는 좁아진다. 협상이 결렬되면 2570만 달러와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행은 없던 일이 된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