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문화대혁명 소용돌이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의 끝은…
라이프| 2012-11-22 12:38
1968년,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 중국. 로미오와 줄리엣, 두 사람의 사랑을 갈라놓은 것은 이데올로기였다.

두 사람이 살던 베로나 시는 노동자 계급의 공련파와 군 출신 자제로 이뤄진 전사파로 나뉘어 격렬한 대립의 중심에 있었고, 공련파의 수장 로미오와 전사파의 주 사단장의 딸 줄리엣이 서로 사랑하기엔 이데올로기의 벽은 너무 컸다.

국립극단이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중국 연출가 티엔친신과 함께 다음달 18일부터 2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중국국가화극원 극작가 레이팅이 각색 작업을 거쳐 베로나 시를 문화대혁명이 한창인 중국으로 데려왔다. 이념의 대립이 거셌던 시기, 혼란 속 자유로움이 존재했고 극단적인 상황 속에 순수함이 있었다. 극 중 몬테규 가와 캐플릿 가는 각각 공련파와 전사파로 묘사됐고, 줄리엣의 아버지는 주 사단장으로, 유모는 캉화화로, 로렌스 신부는 생물과학자 뤄선생으로 바뀌었다.

 
국립극단이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중국 연출가 티엔친신과 함께
다음달 18일부터 2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자료제공=국립극단]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화와 발레ㆍ연극 등으로 다양하게 각색됐지만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조금 낯설다. 티엔친신은 지난 16일 국립극단에서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시대보다는 셰익스피어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부모에겐 무겁고 상처 많은 시대였지만 당시의 젊은이에겐 정보가 통제된 시기여서 자유롭고 즐거운 시대였다”며 “극단적인 상황에서 참되고 순진한 사랑으로 변하는 게 우리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미지”라고 밝혔다.

중국국가화극원 상임연출가로 활동 중인 티엔친신은 2004년 떠오르는 신예 연출가로 손진책 예술감독과 만났고 그 인연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번 작품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와 ‘닥터 지바고’에서 호흡을 맞춘 강필석과 전미도가 각각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한다. 뮤지컬 무대에서만 만났던 두 사람이 연극 무대에서 만난 것도 주목할 만한 점.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지 2년 만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국립극장 무대를 다시 밟는 것도 의미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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