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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음식제국은 안전한가
라이프| 2012-11-23 08:14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서아프리카 국가인 부르키나파소 폭력사태, 미국 마트의 1인당 쌀 구매량 제한, 인도의 폭력 사태, 멕시코 폭력 사태…. 2008년 봄, 식품시장이 요동치며 벌어진 사태다. 이 해 쌀의 실질가격은 지난 19년래 최고 기록치를 경신했으며 밀값 역시 28년래 최고를 기록, 두 배로 뛰었다. 그 봄에 7500만명이 통계적으로 새로이 ‘굶주리는 비참한 계층’으로 굴러 떨어졌다. 21세기 식량 문제는 안전할까. 영국 리즈대 교수인 에번 D.G. 프레이저는 ‘음식의 제국’(RHK)에서 거대 식품제국으로 운영되는 현 지구촌의 음식 문화시스템을 인류문화사로 꿰어내며 위험성을 경고한다.

저자는 16세기 피렌체 상인이자, 세계 무역여행을 기록한 최초의 유럽인 프란체스코 카를레티의 15년에 걸친 세계 일주와 중국의 식품제국을 함께 여행하며 인류 문명의 공통 기반인 식량 문제를 새롭게 끄집어낸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도시국가, 근대 대영제국, 현대 미국과 중국의 몸살 앓는 곡창지대를 드나드는가 하면 향신료 가득 실은 대형 범선, 거대한 곡물저장탑, 플랜테이션 농장을 넘나들며 음식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짚어간다. 또 식량이 떨어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굶주림의 다양한 얼굴도 자세히 묘사해 나간다. 저자는 식품이 마냥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올 것이란 환상에 쐐기를 박는다. 무엇보다 지구의 토양은 피폐해졌다. 지난 80여년 동안 지독하게 뿌리고 거두기를 거듭해온 탓이다. 또 날씨가 계속 좋으리라는 믿음은 허약하기 그지없다. 지구 변화는 사실 안정적이지 않으며 17세기에는 소빙기가 찾아와서 전 세계의 식료품 생산을 저해, 전쟁으로 내몰았다.

또 다른 비극의 가능성은 한 가지 작물을 대량생산하는 방식이다. 이런 특화농업은 자연의 회복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60억 인구를 먹여살린 값싼 화석연료는 그 끝에 와 있다. 저자는 기후변화와 연료비 상승, 한계에 다다른 농경지 등의 문제에 취약한 21세기 음식의 제국이 이제 흔들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라는 저자의 목소리가 다급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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