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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10년만에 다시 디폴트 위기
뉴스종합| 2012-11-23 11:57
美법원, 헤지펀드에 13억弗 상환 판결
아르헨 대통령 “한푼도 못준다”반발


2001년 외환위기로 국가부도를 맞았던 아르헨티나가 10년여 만에 또다시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다. 

아르헨티나의 채무 구조조정을 거부해온 헤지펀드가 미국 법정에서 이겨 아르헨티나 정부로부터 총 13억3000만달러(약 1조4437억원)를 받아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한 푼도 줄 수 없다”며 즉각 반발해 최악의 경우 디폴트 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연방 대법원은 2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채무 구조조정에 참여하지 않고, 채권을 지녀온 헤지펀드 등에 모두 13억3000만달러를 상환하도록 판결했다. 2001년 12월 디폴트를 선언한 아르헨티나는 채무 구조조정에 응한 채권단에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새 채권을 교환해줬으며, 그 금액이 총 240억달러가량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거부한 엘리엇 등 일부 헤지펀드는 구 채권을 갖고 전액 지급을 요구해왔다. 법원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오렐리우스캐피털매니지먼트 등 채권단에 상환할 돈을 다음달 15일까지 예치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2일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미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2001년 위기 때 헐값에 채권을 사들인 ‘벌처펀드’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게 아르헨티나 정부의 입장이다. 아르헨티나 의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채무 조정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아르헨티나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발끈했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의 불복으로 법정 공방이 미 대법원까지 이어지면서 양국 간 외교마찰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미 법정에서 과거 채무 조정분에 대한 상환에 제동을 걸어 아르헨티나는 기술적으로 또다시 디폴트에 처할 수도 있다.

세계 은행 출신으로 미 법률회사 아널드앤포터에 다니는 위트니 드부보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채권단이 채무 위기국을 제소하는 선례를 남겨 그리스의 채무 구조조정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의 위기국 구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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