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정권말기 갈수록 커지는 ‘김황식 총리 역할’
뉴스종합| 2012-11-23 10:23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이명박 정부 임기말 김황식 국무총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 총리는 23일 사상초유의 ‘버스 대란’으로 비화될 뻔했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택시법) 논란과 관련해 국회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주재한 서민생활대책점검회의에서 택시법 논란과 관련, “국회 법사위 통과로 국민에게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었던 전면적인 버스 운행중단이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라며 “이번 사태의 발단은 국회가 사전에 충분한 논의 없이 의원입법으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한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평소 온화한 품성과 합리적 일처리로 높은 평가를 받아 온 김 총리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대국회 공세였다.

김 총리는 지난 16일에는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대해 “일부 법안은 원칙에 어긋나거나 재정에 과도한 부담이 되는 등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김 총리가 특정 법안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새만금 지원 특별법과 산업입지 개발법, 부도 공공건설 임대주택 임차인 보호 특별법 등 과도한 재정수반이 우려되는 의원입법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총리가 이처럼 의원입법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하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선심성 법안들이 잇따라 졸속 제기되면서 국정운영 차질과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김 총리는 “이런 법안들이 입법화될 경우 재정건전성은 물론 국가 미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 총리는 국회뿐 아니라 국정전반에 걸쳐서도 이전과 달리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총리는 23일 진보 교육감들이 교육비 떠넘기라며 반발하고 있는 누리교육 과정의 3~4세 확대 방안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계부처는 지자체와 교육청 등 관계기관과 충분히 협조를 구하고 필요한 설명을 하라”며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부 교육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누리과정 시행을 독려한 셈이다.

서울고검 김광준 부장검사 비리 의혹으로 촉발된 검경갈등과 버스 대란 때도 김 총리의 리더십은 빛을 발했다.

김 총리는 검경갈등 때는 권재진 법무부장관과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을 따로 불러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갈등이 지속될 경우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경고해 검경갈등이 봉합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김 총리는 버스 대란이 임박했을 때에는 긴급 관계부처장관회의를 소집하고 국회 본회의 상정 보류를 요청하는 등 사태 해결을 진두지휘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말 내곡동 특검 등으로 사실상 레임덕에 접어든 상황에서 김 총리가 국정 전반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정부 당국자는 “임기 초 청와대로 쏠렸던 국정운영의 중심추가 임기 후반에는 총리실로 옮겨지는 것은 역대 정부에서도 늘 있었던 일”이라며 “남은 기간 김 총리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대원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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