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한국에 ‘제2의 FC바르셀로나’ 생길까
뉴스종합| 2012-11-26 10:14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리오넬 메시가 뛰는 유럽 최고의 명문 축구구단 FC바르셀로나의 선수 유니폼에선 기업 광고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카타르재단과 유니세프의 로고만 볼 수 있는데, 이는 영리법인의 광고를 싣지 않겠다는 FC바르셀로나 조합원들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FC바르셀로나는 17만3071명 조합원들이 주인인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음 달 한국 경제에도 법령상 협동조합 시대가 활짝 열린다.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 방안을 담은 협동조합기본법이 12월 1일 공식 발효된다. ‘제2의 FC바르셀로나’가 탄생될지 주목된다.

협동조합은 상법상 영리법인과 민법상 비영리법인의 중간 형태로 시장과 정부가 실패한 분야의 대안 경제체제로 주목받는다. ‘1주(株)1표(票), 투자자 중심’인 주식회사와 달리 ‘1인1표, 이용자 중심’이어서 공동소유와 민주적 운영이 특징이다.

영리 추구형인 ‘(일반)협동조합’과, 지역사회나 취약계층을 위한 공익사업도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나뉜다. 5명 이상의 조합원만 있으면 소액ㆍ소규모 창업을 할 수 있다.

▶‘횟가루 횡포’가 협동조합 탄생으로= 협동조합은 19세기 중후반 서구의 생필품 소매시장에서 지역 독과점에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로치데일(Rochdale)’이 협동조합의 효시다. 1848년 영국 맨체스터 공단에서 기업주들이 밀가루에 횟가루를 섞어 팔거나 생필품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내놓는 횡포를 견디다 못해 직공 28명이 만든 것이 로치데일이다. 이들은 각자 1파운드씩 내서 작은 가게를 열고 이곳에서 버터, 설탕, 밀가루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팔기 시작했다.

스페인 몬드라곤(Mondragon)은 협동조합 성공 사례에 단골로 언급된다. 1956년 황폐한 산골마을이었던 몬드라곤에서 설립한 생산자협동조합은 60년 만에 스페인에서 매출 규모 7위, 고용 규모 3위로 연간 매출 22조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뿐 아니라 세계적 농업기업인 선키스트, 스위스 최대 유통마트인 미그로, 세계 최초의 통신사인 AP 등도 성공을 거둬 몸집이 거대해진 협동조합들이다. 


▶‘관(官)→민(民)’ 중심축 옮겨갈까= 광복 이후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역사를 보면 관(官) 주도의 성격이 강했다. 정부는 1961년 기존 농협과 농업은행을 통합해 지금의 농업협동조합을 출범시켰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수산업협동조합법, 엽연초조합법도 1960년대에 제정됐다. 이 시기 협동조합은 외관은 협동조합이지만 실제로는 정부 정책을 대행하는 역할을 했다. 1970년대 이후 신용협동조합법, 산림협동조합법 등이 잇달아 만들어지면서 1999년에는 8개 개별법 체제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기존 8개법 체제의 한계가 명확했다. 협동조합이 주로 1차 산업에 편중돼 있어 변화된 경제여건을 반영하지 못했다. 법에서 정한 영역에서만, 특정한 요건을 갖춰야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어 민간의 상상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기본법이 시행되면 사실상 협동조합의 진입 장벽이 없어진다. 기존엔 지역농협을 꾸리려면 조합원이 1000명이, 소비자생협은 300명이 필요했다. 설립 영역도 자유롭다. 금융보험업만 제외하고 경제ㆍ사회ㆍ문화 등의 영역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협동조합이 가능하다.

▶집수리ㆍ퀵서비스 협동조합 생긴다=기본법이 시행되면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맞설 동네 빵집, 치킨집 협동조합도 설립할 수 있다. 근로자협동조합도 차릴 수 있다. 대리운전ㆍ청소ㆍ경비ㆍ집수리ㆍ퀵서비스 등 분야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면 노동 수요자와 공급자 간 매칭이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 캐디·학습지 교사·시간강사 등 처우가 열악한 분야도 마찬가지다.

교육 분야에선 대안학교와 농촌학원의 협동조합이 가능하다. 프랑스에서는 협동조합형 학교가 5만여 개, 학생 수는 450만 명에 달한다. 대안학교를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할 시 재단 사유화 등을 미리 막을 수 있다.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등록하면 지정기부금 단체가 돼 기부금을 받을 수도 있다.

gil@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