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광활한 우주가 된 다다미방…파편화된 이미지로 박제된 사회…
라이프| 2012-11-27 09:53
'유코 시라이시'
영국·독일 등서 공공프로젝트 호평
17세기 일본 전통다실 현대적 해석
미니멀한 추상회화 8점도 선보여

'신로 오타케'
각국 비엔날레서 끊임없는 러브콜
이미지 채집·재조합…현대사회 조명
초기부터 최근작까지 170점 총망라



세계 무대에서 각광받는 일본의 실력파 아티스트 두 명이 나란히 첫 한국전을 연다. 일본에서 태어나 현재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유코 시라이시(56)와 각국의 주요 비엔날레로부터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는 신로 오타케(57)가 그 주인공이다. 두 작가 모두 남다른 상상력과 통찰력으로 그 역량을 인정받는 작가로, 이번에 대표작을 들고 한국 미술팬과 만난다.

▶공간과 색채를 디자인하는 유코 시라이시=‘SPACE SPACE’라는 제목으로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회장 이현숙)에서 개막된 시라이시의 전시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 공간을 성찰한 작업이 나왔다. 우선 작가는 전시장 한 편에 스테인리스 스틸로 집을 지었다. 이 공간은 17세기 일본의 전통다실을 새롭게 재해석한 것이다. 다다미 넉장반 크기의 면적으로, 사람이 머물기 위한 최소 크기를 상징한다.

작가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다실의 틀을 만들어놓고, 뻥 뚫린 바닥 중심에 원형의 빛 기둥을 만들어 천정으로 쭉 뻗게 했다. 이에 따라 건축적 공간이 우주와 겹쳐지는 상상의 통로가 됐다.

시라이시는 설치작업과 함께 아름다운 채색의 대작 추상회화 8점도 선보였다. 그림에는 작은 점이 알알이 박혀 있는가 하면, 가늘고 굵은 띠가 가로지르기도 한다. 작가는 “그림 속 작은 점은 하늘의 별이자 인간을 구성하는 최소단위이기도 하다. 회화의 기본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했다. 

벽이나 기둥은 없지만 가는 금속으로 건축적 공간을 만든 유코 시라이시의 ‘스페이스 엘리베이터 티하우스’. 생존을 위한 공간이자 초월적 공간이 하나에 중첩된 구조물이다.
                                                                                                                                                                     [사진=국제갤러리]

그의 미니멀한 회화는 맑고 명징한 색채가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노란색, 붉은색, 푸른색 등 저마다 다른 빛깔의 단색회화는 볼 때마다 마음이 맑아지는 듯하다. 일체의 기교를 배제하고 간결함을 추구한 그림은 마치 수도자가 수행하듯 정교한 붓질로 완성된 것이다.

그는 런던 BBC방송국과 운하, 독일의 인젤 홈브로이히미술관, 일본과 런던 소재의 병원 등에 색면회화를 선보이는 공공 프로젝트도 여럿 시도해 호평을 받고 있다. 작가는 “내 회화에서는 색채가 매우 중요하다. 모든 색채는 인간의 DNA와 같다”며 “공공미술작업을 할 경우 색상을 장소에 따라 바꾼다. 이는 나라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색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2월 23일까지. (02)735-8449

▶현대의 이미지를 모으고, 조합하고, 분석하는 신로 오타케=세계적 권위의 2012 카셀도쿠멘타에 일본 작가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신로 오타케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인전을 개막했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범람하는 이미지를 채집해 이를 재배치하거나 재해석하길 즐긴다. 이를테면 2009년에는 일본의 유명한 예술섬 나오시마에서 목욕탕 프로젝트 ‘I♥湯’을 펼쳐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프로젝트에서 오타케는 일본 각지에서 가져온 오브제로 거대한 설치작품 같은 목욕탕을 만들었다. 이 ‘예술 목욕탕’은 나오시마의 명물로 꼽히며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오타케는 일상에서 발견된 이미지를 모으고, 편집하고, 조합하는 방식으로 현대인의 삶과 사회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관람객은 그의 작업을 통해 이미지 생산과 소비, 그 순환과정을 체험하면서 자신이 속한 세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전시에는 초기 풋풋한 작품부터 최근작이 망라됐다. 총 출품작은 170점. 그 중 콜라주 시리즈는 신문ㆍ잡지 등 다양한 재료에 작가의 내러티브를 결합한 작업이다. 또 대중에게 최초로 공개되는 ‘Scrapbook’(3점)은 시간과 기억의 축적에 대한 스스로의 관점을 드러낸 책 작업이다.

오타케는 풍경화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집으며, 원색과 형광색을 사용해 일본의 파노라마를 새롭게 그리기도 했다.

한편 이번 전시를 위해 서울서 수집한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으로 서울의 밤풍경을 표현한 설치작품도 출품했다. 이 작가는 1978~81년 일본 노이즈밴드 일원으로 뛰며 혁신적 실험음악을 선보였는가 하면, 음악ㆍ미술그룹을 만드는 등 전방위적 예술활동을 펼쳤던 괴짜다. 전시는 내년 1월 20일까지.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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